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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Show

국내최초 추리예능 크라임씬, 두뇌게임 예능의 진화

by :선율 2014. 7. 17.


 판권 안 산 무단도용 결과품이라 거론하기 싫지만 [지니어스]의 성공에 이어 추리게임 요소를 기획한 [크라임씬]. [지니어스]를 보면서 추리기획물 등 두뇌예능의 여러가지 진로에 대해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기대이상의 결과물로 출현할 지는 생각지 못했다. 10회까지 끝나 종료한 지금, [크라임씬]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크라임씬도 고스란히 드러낸 [라이어게임]의 영향력과 그림자


일단 고정 패널이 롤플레잉을 하면서 다른패널의 범인여부를 추리하는 형식으로, 역할극과 마피아게임을 접목했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크라임씬]에서 타 오락프로그램과 차별화 되는 것은 기획적 새로움을 뒷받침하는 엄청난 디테일에 충실했다는 것. 일반적으로 살해사건 현장은 머리카락 한올, 지문하나가 범인을 가르는 중요한 현장이니만큼 소품에 세심함을 상당히 기울였어야 하는데, 롤플레이잉이 결정되자 마자 인쇄물 합성을 발빠르게 구비해 놓는 등 시청자의 높은 안목을 충족시켜줄 디테일의 향연이었다.


또한 실제 사건을 재구성했다는 것도 몰입을 높이는 한 요소가 되기도 했다. 

용병술도 적절했다. 추가단서에서 법의학자 소견을 구한다든가, 현직형사의 투입은 아마추어인 패널들에게 보다 객관적이고 추리해가는 과정을 설득력있고 흥미롭게 그리고 다양한 각도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가장 활약이 눈부셨던 건 단연 박지윤 다음이 홍진호. 박지윤은 상황판단력과 인과관계를 통해 알리바이의 헛점을 날카롭게 지적, 무엇보다 맥을 못잡고 밝혀지는 사안이 드러날때 마다 쏠림현상에 휘둘리던 시청자에 자신의 추리에 대한 접근법(일명 밴다이어그램 추리)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하였고, 범인지목의 근거를 명쾌하게 정립하는 지적희열을 안겨주었다. 뿐만 아니라 공교롭게 맡은 캐릭터마다 열등감 등의 이유로 살해동기면에서 충족률이 높아서 곧 잘 용의선상에 오르곤 했으나, 캐릭터 이해도가 높아 왜 자신이 범인이 아닌지 설득하는데 탁월했고 자신이 범인이었을 경우 살해방법까지 예상했던 점은 그녀의 비범함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다만 그녀가 9회에서 유독 감정적으로 자신을 변호하면서-"그래 나 찍고 추리바보 돼"-근거와 논리로 조근조근하게 변호했던 평소와 달리 추리력도 못미치고, 범인까지 못맞히면서 그녀의 완벽함에 깊은 흠집이 생겼으나 어쨌든 크라임씬의 '추리물로써' 중심이자 핵은 박지윤이 독보적이었다. 

 홍진호의 활약은 추리에서 맞히는 능력에서 보다 그가 범인이었던 회차에서 인상적이었다. 범인지목을 받지 않기 위해 추리 스피치시간에 자신 아닌 범인 몰이할 2명을 밑밥을 깔아두는 '구상'과 범인을 1:1심문하라고 준 시간에 자신과 뜻을 함께할 사람들을 설득할 자리로 활용했던 건 그의 번뜩이는 기치가 돋보였다.






NS윤지를 이 프로그램에서 처음으로 인지했는데, 몰입을 잘한다. 

독불장군같이 밀어붙인다고 정답이되는 프로그램이 아닌지라, 독선적인 캐릭터 보다는 여러 증거나 추리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오는 혼란은 당연한것이고 차라리 팔랑귀가 타 패널과의 융합이 좋았다.



전현무는 전반 내내 맥을 못잡는 추리, 퐁당퐁당하는 드립으로 연명해왔으나 후반부터는 '추리바보'탈피를 위하여 범인은 맞히지 못할지언정 현장검증에서 증거털기에서는 굉장히 충실해 다른 패널에 정보제공역할도 상당했다. 그가 범인으로 나왔던 회차는 범인이라고 특이행동을 하지 않고 기존에 맥을 못잡는 추리로 무리없이 갔던게 그 동안 추리를 하면서 성향을 대략 알고 이로써 판단하려했던 패널과 시청자에게 반전을 주었다. 한편 그가 홍진호에 3차례에 걸쳐 예능을 빌미삼아 뺨을 때린거는 장난이든 예능이든을 막론하고 불쾌했다. 


다만 강용석은 추리로 범인을 도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목한 용의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과 몰이로 확정하였고 그 후엔 '볼것도 없이 누구'라고 쉽게 단정짓는다. 첫회에 된통 망한 후에는 증거찾기에 보다 적극적인 태도 변화는 있었으나 시청자를 설득시킬 만한 짜임새 있는 추리력을 보여주기 보다는 자신이 상정한 범인에 추리를 맞춰주는 느낌이 강했고, 마지막회에서도 보였듯이 범인이란 생각이 확고히 들면 더 증거가 나오든 말든 신문이나 보고 있는 태도는 보는 시청자로 하여금 김빠지게 만들었다.


연출 얘기를 하자면 기대가 큰만큼 아쉬움이 크다. [지니어스] 시즌2 종료한지 몇달 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니어스와 비교가 될 수 밖에 없는 점에서, 일단 애도를.

 사실 [지니어스]가 1~2%사이의 시청률이고 [크라임씬] 1%에 약간 못미친다. [크라임씬]에 호평이 있어도 [지니어스]가 가졌던 화제성과 화력에는 크게 못미쳤는 데에는 몰입할 수 있게하는 만듬새, 연출력이 많이 아쉬웠다.


 [지니어스]의 경우, 게임이 어렵고 직관적으로 바로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게임설명이나 패널들의 게임접근방법이 중요한데, 게임전반을 시청자들이 전지적 시점에서 파악할 수 있도록 간결하고 세련되게 연출했다. 특히 필승법 연출은 지적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지니어스]만의 백미였는데, 패널들의 계산과 의도, 승부수를 부각시키면서 필승법을 짠 패널의 비범함에 짜릿함과 전율을 줬던 부분. [지니어스] 시즌1의 [오픈,패스]명장면의 탄생은 필승법도 필승법이지만 흥미를 배가시키는 교차편집, 집중력을 돋우는 BGM이 아니었다면 홍진호의 지니어스한 이미지의 완성은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크라임씬]에서도 뛰어난 분석, 놀라운 기지 발휘, 뜻밖의 발견 등 곧 잘 나오곤했다. 주의력을 끌어모으는 연출없이 흘러넘어가니까-그럼에도 감탄한 사람은 있었겠지만-그러려니 하고 흘러가는 느낌. [지니어스]에서 누가 진행을 잘해서 터졌다기 보다도, 누가 딱히 개그를 하거나 망가짐 없이도 흐름 안에 긴장감이나 솔깃함, 감탄, 반전을 주는 극의 리듬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지윤과 헨리가 아쉬웠다. 

박지윤은 밴다이어 그램 추에서 뛰어난 분석력으로 놀라움을 자아낸 명장면. [지니어스]였다면 바로 느낌표 다섯개 이상, BGM은 Right in을 깔고 별표 백만개짜리로 연출해줬을 게 바로 그려지지만, [크라임씬]엔 그런거 없다. PD의 역량 차이가 현저하게 드러나는 대목.





헨리는 정말 4차원이기만 했을까.

헨리가 예능이란 점에 함몰 돼서인지, 아니면 제작진이 그렇게 주문을 한건지 특이한 행동을 많이했고 이를 제작진이 상당 내보냈다. 그런데 정작 헨리가 한 추리활동에는 헨리의 4차원 행동만큼 관심있게 짚어주지 않았다. 그리고 범인이 한명이고 공범가능성이 없음을 주지시켰더라면 헤매지 않았을텐데...

-링거 거치대와 목에 자상을 낸 후 수건으로 덮은 점에서, 수건은 난 닦는 용을 간호가사 쓰는 거즈라 착각하여 간호사가 능숙하게 처리했다고 추측. 그리고 실제사건이었다면 단독범행 뿐 아니라 공모 여지는 항상 열어두는 게 일반적인데, 용의자가 단 한명이라는 규칙을 몰라 공범임을 의심했다. 사전에 제대로 고지했어도 헛다리는 안짚었을 듯.

-출연자 중 에펠탑 안에 꽂혀있는 혈흔묻은 범행칼 발견

-에펠탑이 칼이란걸 알려면 범인은 서재에 접근성이 용이한 사람으로, 도구를 사용해 계획적으로 범죄를 실행하기 좋다고 말했음에도 발언.

정작 비범함을 보일 부분에서 부각시키지 않고, 그의 예능적 행동-수맥잡기와 가제트 놀이-으로 분량을 만드니까 그가 범행동기에 주안점을 두고 김말순을 의심해 공범이라는 가능성을 놓지 못했던 것도, 범인 기준 자체만 제대로 알려줬으면 보다 합리적으로 추리를 했을 텐데 까불거리기만 하고 헛다리 짚는 모습만 보여준 꼴이 돼버렸다. 프로그램 색깔에 맞는 캐릭터 잡기로 편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방송깽판 쳤다고 의기소침해진 헨리. 그만의 감각 수사는 증거중심이라기 보다는 어떤 현장의 감성과 느낌을 쫓아, '당사자라면' '범인이라면'하면서 손을 대는데 일본드라마 '언페어'의 시노하라 료코가 떠오르게 했다. 

그는 사소한 낌새로 양녀일 것이라 추측했고, 실제로 설정상 의붓딸(stepdaughter)인게 밝혀지자 굉장히 극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연출이 파팟하고 오지 않았다. 아 지니어스였으면 백프로였는데 


사실 지니어스 bgm을 많이 가져가 쓰긴 했는데, 휙쉭하며 끊임없이 들이대는 효과음은 너무 자주 깔려서 오히려 잔챙이를 많이 넣어서 그만큼 제작진이 한시도 쉬지않고 끊임없이 다듬었다는 인상을 받긴 했는데, 긴박함이나 쫄깃함을 높여주는 역할은 못했고 프로그램을 짜는 구성면에서 지니어스와 연출 능력차를 실감했던게 드라마틱할만한 장면에서도 놓치고 밋밋하게 흘러넘긴 장면이 몇몇 보여서 연출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4회까지 배역선정까지 추리와 관련없는 분량까지 2주에 걸쳐 방영하므로 게임 집중력이 떨어지고 다음회차에 전회차 기억을 더듬어야 하면서 흐름이 끊기는 점이 있었는데 시청자 의견을 수용하여 1회차 1에피소드로 변경해서 몰입 밀도를 높인것은 아주 좋았다. 그러나 꾸준히 상금을 적립하다가 역전의 여지를 주기 위해 이제껏 쌓아올린 상금을 수포로 만든것은 쭉 아무것도 안해도 마지막 에피만 잘 노리면 우승을하고 모든 스포트라이트와 상금을 독차지 하는건, 시즌 전체를 이끌어오고 출연진에 몰입하며 응원하는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들 수 있다. 요행이 아니라 능력치를 보여주는 부분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마지막에 우승역전을 하는 거 보다 매회 능력치를 보여주는게 중요한데, 상금을 위해 다수가 범인지목을 해야 상금을 얻는 메리트를 이용해 엉뚱한 사람으로 모는 역이용을 한다든가, 각자의 합리적 추리로 범인도출을 최종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몰이를 통해 범인을 확신하는 주객전도인 모습은 앞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어쨌든 국내 버라이어티에서 리얼리티와 심리 그리고 추리까지 겸비한 기획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세세한 부분에서 면밀하게 증거를 준비한다든가 트릭을 감춰놓은것도 굉장히 제작진의 노력이 엿보였고, 어떤 배역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소품결과가 달라지는데도 소품에 합성사진이라든가를 경우의 수마다 준비하는 그 준비성은 주먹구구식 날방에 익숙한 버라이어티도 적지않은 상황에서 충분히 귀감이 될만하다. 한국 예능계의 또다른 가능성과 진일보를 보여준 수준있는 수작 크라임씬, 더 고품격 다음 시즌을 강렬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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