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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Entertainer

[김제동의 똑똑똑 '못다한 이야기'] 고현정

by :선율 2019. 8. 29.
원문 기사 http://tvpop.khan.kr/27

김제동의 똑똑똑 2010/12/01 13:58
배우 고현정. 대중에겐 거침없고 강렬한 ‘포스’의 소유자로 각인돼 있다.
‘만인의 연인’이라는 진부한 이미지보다 ‘불가침의 여신’으로 상대를 항복케 하는 힘이 있다. 그랬다. 적어도 직접 만나기 전까지 나에게 그는 ‘여신(女神)’이었다. 한때 ‘송윤아’가 그랬듯이.
그런데 이 ‘누나’, 내가 잘못봤다. 지난 겨울 나보다 세 살 많은 그를 술자리서 만난 건 트라우마를 남긴 일종의 사건이었다. “TV에서 보는 것과는 딴판이네”라는 말을 실감케 했다. 연예계 ‘잔밥’깨나 먹은 나로서도 감당하기 힘들었으니까.
그날 이후 ‘여신’은 높고 고매한 자리에서 내려와 넘치는 푼수기에 술 마시고 진상 떠는 ‘동네누나’로 내 곁에 있다. 형수가 돼버린 송윤아씨보다, 예쁜 동네누나가 훨씬 실속이 있지 않은가.

 
“홍상수 감독님이 이런 말을 했어. 미안하면 미안하다, 고마우면 고맙다는 표현은 그때그때 안하면 나중에 내가 제일 외롭고 후회스럽다고. 얼마전 팬미팅을 한 것도 20년 이상 가없이 받은 사랑에 대한 내 방식의 표현인데 너무 늦게 한 것 같아.” (김문석 기자)


김=(인터뷰 끝나고 김C형 연극 보러가기로 했음). 그런데 누나 괜찮겠어?
고=왜. 너랑 같이 가는데.
김=하긴. 사람들 눈에 띄면 내가 힘들 것 같은데. 누나 괜히 내 인기에 편승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싶은 거잖아.
고=스캔들 나면,
김=내가 손해지.
고=그러지 말고 나랑 결혼하자.
김=나 싫어. 누나는 내 타입아냐. 여자로 안보여. 효리같은 애들도 마찬가지야.
고=너 나랑 결혼하는거 괜찮은 거래야. 하긴 넌 같이 있기엔 너무 안전해.
김=드라마 끝난지 오래됐잖아. 한작품 끝나면 그 캐릭터에서 빠져나오는데 오래걸려?
고=그런 이야기가 있는데 난 그게 뭔소리인가 했어. 전혀 이해도 안 됐고. 그런데 미실은 오래 있다 가네.
김=11개월동안 한건데 보내기 쉽지 않았겠지. 그동안 계속 몰입해야 했을테고. 어떻게 몰입하는거야?
고=몰입하라고 그러데. 그냥 내가 없어지면 되는거야. 난 누가 뭐 하라 그러면 싫어.

김=미실하면서 어땠어?
고=착한 캐릭터로 사는 것보다 나쁜 캐릭터로 사니까 편한점이 많구나 싶었어. 기대치가 낮아지거든. 웬만한 일은 내가 심술궂게 굴거나 나쁘게 말해도 다 받아들여주더라구.
김=어떤 게 있었는데?
고=많았지. 촬영장에서 악역은 내가 맡았지. 잔소리하고 이런저런 요구는 내가 나서서 해야했지. 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작품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촬영장은 정말 말도 못하게 고되지거든. 밥도 못 먹는 것은 부지기수고, 제대로 된 기본 환경이 안갖춰질 때가 많아.
난 그래서 밥 달라, 물 달라, 화장실 청소가 돼 있었으면 좋겠다 등등 이런저런 요구를 많이 했지. 그런 요구를 해도 미실이니까 다들 그런가부다, 괜찮더라구.
예를 들어 내가 후덕하고 인자한 캐릭터였다고 해봐. 그런 행동하기엔 훨씬 시간이 많이 걸렸을것 같아. 미실처럼 이런 거 저런 거 해 달라고 요구하고 “빨리 안 해놔?” 이러니까 바로 바로 해놓던데. 그건 못된 게 아니잖아. 행동의 제약이 없어졌다고 할까.

김=그런데 누나 지금까지는 그런거 싫어했잖아.
고=주로 착하고 밝은 역할을 했기 때문에 잘 못 했지. 난생 처음으로 착한 거는 딴 사람들이 해주고 난 음지에서 야합하는 역할을 하다보니 아주 마음이 편했는걸. 내가 원래 기본적으로 묶여 있는 틀 이런 거 싫어하잖아. 틀을 도대체 누가 만드는 거지? 난 학교다닐 때 체육복도 문방구에서 못 사 입었어. 내가 어릴 때 키가 너무 커서 맞는 게 없었거든.
김=나도 그래. 난 너무 작아서 맞는게 없었지.

고=그러니까 그런 틀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획일화하고 일률적으로 뭐 내놓는거 너무 싫어하지. 어릴 때부터 그랬어. 그래서 영화 매트릭스 나왔을 때 너무너무 좋았어. 최면이 돼 있는 아이들을 깨워서 전사로 쓰잖아. 뭔가 새로운 것을 끄집어 내는 것. 너무너무 좋아.
김=누나는 반골기질이 있잖아.
고=있다 그러대.
김=누나 이미지만 보면 전혀 안 그렇거든.
고=그래? 어쩔 수 없는 것 같애. 이미지로 받는 평가가 나랑은 상관없잖아. 내 스스로 어떤 문제가 나오면 난 종종 그래. 응, 그렇구나. 그런데? 왜? 이런거 궁금하면 꼭 물어봐. 그게 나쁘다고도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
김=반골기질 가진 거지. 그걸 세련되게 말하자면 호기심 많은 소녀라고 할까?

나 호기심은 작렬이야. 뭘 보든지 이건 왜 그런지, 저건 왜 이런지 호기심이 넘쳐.
세상에서 몰카가 젤 재미있어. 그냥 이런 상황이 되면 저 사람은 어떨까. 이게 너무 궁금해. 그래서 장농 속에서 몇 시간 숨어 있었던 적도 있어. 아줌마든, 매니저든 내가 숨어 있다가 짠 나왔을 때 놀라는 모습이 너무 재미있잖아. (고현정)

김=아니, 밖에서도 자주 하는 그 장난을 집에서도 한단 말야?
고=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할 때는 김태우씨랑 짜고 스태프들을 다 울렸잖아. 내가 그때 조감독에게 그랬어. 나 김태우 때문에 연기 못하겠다. 당장 서울로 올라가겠다. 김태우 행동이 이게 뭐냐 이러면서 막 울었지. 공항 간다면서 짐 싸는데 조연출 얼굴이 사색이 돼서 울기 직전이었어. 그런 식으로 다시 조연출하고 짜고 다른 스태프들에게 돌아가면서 장난을 쳤는데 너무 재미있었지.

김=그렇게 장난치면 쾌감이 느껴져?
고=너무 쾌감이 있지. 미치겠어. 다들 너무 즐거워하던데. 무료한 일정 중에 기쁨을 줘서 너무 고맙다고. 난 어찌됐든 누군가에게 산타클로스같은 기쁨을 주고 싶어. ‘빵’ 하고.
김=누난 이상하게 그런 허세가 있어.
고=난 그래.
김=누나가 그럴 땐 귀여워.
고=응. 난 정말 내가 귀여워.
김=돌아버리겠어.
고=김제동 너처럼 날 괄시하는 사람이 있어? 내일 새벽에 산에 가야 해서 바쁘다고? 진짜 웃기거든.
김=누나 솔직히 나한텐 별로거든. 하긴 누나 나 처음 볼 때도 딴 애들이랑 짜고서 놀렸잖아. 딴사람이 불러서 술자리에 갔더니 누나가 거기 있더라고. 그때 누나가 나 보자마자 그랬던 거 생각나? ‘쟨 또 누가 불렀니? 이래서 내가 개그맨이랑 가수 따윈 안 만나는 거야’라면서 확 성질내고 나갔던거.
고=그 때도 널 완벽하게 속일 수 있었는데 딴 애들 때문에 일이 안됐어. 꼭 그렇게 집중 못하는 애들이 어디나 있어서 일이 안돼.
김=됐어. 여튼 누나는 안돼.

고=야, 나 괜찮아. 이정도면 훌륭하지 않아?
김=됐어. 누나한테 감정 없어.
고=그래. 감정이 있기에 자기가 너무 안전하게 생겼잖아. 하하. 너랑 있으면 너무 안전해져. 나만 그렇게 느끼는게 아니라 너랑 등산 자주 다니는 팀 다 그렇지? 이효리도 그렇고, 다들 그렇게 널 느낄거야.

김=난 가끔 누나를 보면 경규형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경규형이랑 비슷한 이야기를 해.
그건 그렇고 누나는 왜그렇게 몰카를 좋아하는거야? 매력이 뭔데?
고=기쁨. 한순간에 치유될 수 있는 민망함. 친해지고 싶은 사람과의 불필요한 절차를 없앨 수 있는 어떤 것?
김=음. 철학이 있네.
고=뭘해도 철학이 있는거야. 난 미스코리아 나간 것도 철학이 있어.
고=난 미스코리아가 되면 뭐가 막 되는줄 알았어. 외교관, 민간 외교관 되는 줄 알았지. 제목이 그렇게 뽑히잖아. 그런데 사실상 방송국에서 재기 발랄한 애들 뽑는 거 같더라구.
김=누나 매니저들이 골치아파하지 않아?
고=싫어하지. 내가 조절이 잘 안되니까. 그래서 가까이 안 와 있잖아. 묻는대로 생각나는대로 막 이야기하고.
김=누나, 그런데 연기하면서 극에 몰입한다고 하잖아. 그런데 스태프들 주위에 둘러서 있고 어수선하고. 그런 상황에서 몰입이 쉽게 돼?
고=음, 몰입이 어렵진 않아. 그냥 내가 없어지면 돼.
김=그래도 자기를 없앤다는 건 쉬운게 아냐.
고=그래서 배우가 좋아. 스스로 없애려면 힘든데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많잖아. 외부적인 것에서 나를 바꿔주는거지. 신념이 대단하지 않고는 바뀌게 되더라고. 감독, 연출, 작가, 의상, 조명 등등.
김=미실 하면서 참 잘했구나 하는 게 있어?

고=내가 미실의 마음을 너무 알겠더라구. 혼자서 가만히 앉아 있을 때 미실의 그 마음을 말야. 감독님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미실의 마음을 너무 알겠어. 고백 아닌 고백인데 미실 찍으면서 별 고생하지 않았어.
내가 덕만이 역할을 했더라면 세상에 체화된 것 때문에 고생을 더 했을거야. 그런데 미실은 다 내가 만들면 취향이 되고 캐릭터가 되는거잖아. 오히려 그게 더 쉽지.
그리고 나하고 미실하고 닮은 점.... 너무 많지. 마지막에 미실이 덕만을 앉혀 놓고 이야기를 해. 신라의 경계 이름을 대면서 이게 다 신라 땅이라고. 나의 피와 낭도의 피가 뿌려진 곳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울컥 올라오는거지. 저기 피를 뿌리면서 죽은 애들이 주인이다. 나는 신라를 연모하는 마음으로 살았던 사람이다. 덕만이한테 말하지. 넌 연모를 나눌 수 있더냐. 하고 말이야. 그때 미실의 마음을 알겠더라고.
  
미실이 신라라는 나라에 대해서 큰 소리 치잖아. 그럴 수 있는 것은 미실 자신의 피도 뿌려졌기 때문이야. 그리고 미실이 데려간 병사들의 시체도 수습하지 못하고 돌아왔잖아. 거기에 대한 뜨거운 눈물을 언제든 흘릴 자세가 되어 있는 여자였던거지.
그래서 미실이 하는 행동이 자신만을 위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표현하는 거더라구. 그 처연한 마음 알겠더라고. 네가 뭘 알아. 라고 말하지만 그건 상대를 무시해서 하는 말이 아이냐. 그냥 내 속에 있는 것들에 대해서 너희들이 뭘 알아. 하는 그 물음인거지.



 


김=에휴. 누나 결혼해야겠네.
고=결혼하자.
김=내가 싫다고 했잖아. 몇번이나.
고=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네 인생에 이런 딜이 없어.
김=난 솔직히 누나같은 스타일 별로야.
고=우리가 만나서 술만 마셔서 그래. 내 요지는 네가 못 본 나의 모습이 있어. 매력적인. 나 오전엔 너무 매력적이야. 그래서 그 시간엔 안 돌아다녀. 오후 3시부터 돌아다니지. 매력이 덜해져서 남들이 봐도 되는 시간이야.
김=하긴 누나는 누나 집에서 밤새 술 마시고 아침에 돌아가는 사람들도 너무 잘 챙겨. 사과주스도 갈아 먹이고. 계란 찜에 일본 우동까지. 왜 그런 거야?

고=나도 그런 보살핌을 받고 싶다는 욕구의 표현이지. 누가 나에게 그렇게 해주진 않으니까. 그런데 몇년 그렇게 거둬서 먹인 후배들 중에 나의 그런 뜻을 알아채고는 사과주스를 갈아오는 애들이 간간이 있더라고. 그런 순간이 나의 큰 기쁨이지. 나 이런 보살핌 받고싶어 하면서 책으로 만들어서 지침을 주기는 민망하잖아. 하하.
김=나도 고마워서 누나 집에 글씨 하나 갖다 줬어요.
고=제동씨 그런 거 버려. 어떤 마음의 빚, 짐 같은 거 말야. 주는 사람이 훨씬 좋은 거거든. 준 사람 마음만 받고 누려. 다시 뭔가 되갚으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갚아주려고 노력하면 속상할 때가 있어. 아니 속상하기보다 양에도 안차는데 제딴에는 빚갚는다고 하는거잖아. 줄때가 훨씬 좋아. 그 기쁨을 누리기 위해 나 열심히 일해.

김=알았어. 그런데 미실의 역할이 시청자들에게 줬던 게 뭐라고 생각해?
고=역지사지지. 누구에게나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 내가 악역을 했지만 시청자들이 날 보면서 쟤만 죽으면 덕만이가 신라를 부흥하게 할텐데 하는 그런 느낌은 안 준 것 같아. 미실의 행동에 공감을 얻었잖아.
그러니까 누구에게나 다 어떤 행동에는 이유가 있는거야. 어떤 일을 하는 사람에게 너 왜 그렇게 하냐 하고 쉽게 이야기 해버리면 안되더라고. 그 사람이 그렇게 하는 데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시간과 생각과 세월과 마음이 그 사람에게 있어.
덕만이 대사중 그런게 있어. 미실은 잘 될 수가 없다고. 자신에게는 미실이라는 적이 있어서 끊임 없이 자신을 자극하고 발전시키는데 미실에게는 그런 적이 없다고 하지. 그 말을 듣는데 어찌 그리 슬프던지...

김=살면서 적까지는 아니더라도 의식이 되는 사람이 있는 것은 나를 위해서도 좋은 것 같아. 누나에겐 그런 사람 있어요?
고=프랑스 대통령 부인. 브루니. 모델이었잖아. 영부인인데 지금도 잡지도 만들고 우디 앨런이랑 영화도 찍더라. 멋지지 않아? 자꾸 의식하게 되던데.
김=난 브루니 보다 누나가 나은 것 같은데. 둘 다 매력 없는 건 비슷하긴 하지만.
고=브루니. 영리한 여자인 것 같아. 게으르지도 않고. 누구의 아내로, 타자의 눈에 비친 자기 모습만 체크하면서 아름답고 스타일리시한 영부인으로 남을 수도 있잖아.
그런데도 불구하고 책도 만들고 결혼에 대한 시니컬한 인터뷰를 하면서 자기 생각도 다 표출하면서 살고 모델일도 하고 영화도 찍고. 그렇다고 영부인 역할도 하고 남편과의 관계도 놓지 않고.... 또, 불어를 하잖아. 부러워. 꼬망 딸레부. 쎄뚜. 싸바. 에이. 그래도 난 니혼고가 나아. 일본에 산 적도 있어.

김=누난 한국어 제일 잘하던데.
고=그렇지. 부모님이 많이 투자해주셨어. 한국어 조기교육 받았거든.
김=새로 또 드라마 들어가잖아.
고=응. 대통령 역할이래.
김=남 얘기 하듯 하지 말고...
고=아직 대본이 안나왔어.
김=남의 얘기 같아.

고=흔히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잖아. 솔직히 상상이 안돼. 쉽게 말해 내가 대통령 역할을 맡는다고 하니까... 웃겨. 도저히 가늠이 안되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지. 이걸 어떻게 코미디로 풀어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드라마를 잘 찍어서 내가 나중에 정치에 뜻이 생겨서 정치인이 될 때 써먹을 정도로 잘 찍어야 하는건지. (정치인) 될법도 하잖아?
여튼 한 여자의 우여곡절 인생론으로 끝내야 하는지 등등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고 있어. 개인적인 바램은 대한민국이 반도이고 반쪽이 잘려 있잖아. 그 한쪽 서울에 살고 있는 어떤 여자가 겪는 별별 이야기였으면 좋겠어.

김=누난 뭘 해도 잘될거야.
고=어디서 그런 맹랑한 소리를 하는 거지?
김=알았어. 그럼 취소. 보통 드라마 들어가기 전에 준비하는 건
고=피부 미용, 다이어트. 다이어트는 일주일 이상 못 해.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일찍 자는 것. 운동하는 것. 그런데 요가 선생님 오면 차 한 잔만 마시자고 해놓고 한 시간 반 동안 수다만 떨다가 결국 선생님이 다음 스케줄 때문에 가셔야 해.
김=나도 누나를 잘 알기 전에는 사람을 만날 때 예단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었어. 그런데 누나는 생각했던 이미지와 가장 극과 극이야. 어떨 때는 생각했던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데. 푼수같은 면 많아. 사람들은 그런데 잘 몰라. 알릴 필요 없을까?
고=널리 알릴 필요는 없지. 그런데 지인들에게는 알려져 있잖아. 나에게 있는 푼수채널. 그거 괜찮아. 연예인으로 살아가면서 푼수채널이 무지 도움이 돼요. 그건 나를 포장하는 순간이 아니라 남을 포장해주는 모습으로 괴력을 발휘하거든. 그래서 그 채널을 놓고 싶지 않은거야. 내가 푼수가 되는게 나아. 어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오해가 생길때 내가 푼수가 되면서 나로 인해 벌어진 오해로 만들 수 있어. 그럼 상대방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관계는 유지되는거지.
김=누난 배려가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아.
고=장녀로 자라고 며느리고 10년을 살아서 그런것 같아.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고 싶은 건데 물론 나도 노리는 게 있어. 편하게 해주면서 그 사람의 진짜 생각을 들어보고 싶은거야. 그건 유머하고도 비슷해. 툭 허물어놓고 서로 경직된 것 없이 이야기하는 자리를 갖는거지. 그걸 할 때 푼수채널이 유용해. 푼수가 되면 서로 민감한 주제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거야. 도망갈 구석이 많거든.
상처받을 때도 있잖아. 어떤 일을 겪었는데 제 3자에게 전달할 때 나도 그자리에 있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나랑 정 반대로 느꼈을까. 놀랍기도 해. 나는 빨간색이라고 느꼈는데 얘는 왜 검정색이라고 이야기할까. 그런거 보면서 상처가 되더라.
푼수채널도 있고 남자같은 채널, 호기심많은 어린애 채널. 등등 많지.

김=맞아 누나 남자같아. 누나한테 맞은데 아직도 아파요. 그런데 나는 실제 그렇지 않은데 그렇게 보는 시각으로 나를 옥죌 때가 있어. 그게 싫어.
고=그게 답답해? 그런데 실제 나의 모습과 다른 기대치를 갖고 있는 모습을 만나면 다행이다 싶어. 실제 나와 거리감이 멀수록 자기발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잖아.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것. 그게 다 자기 자신인거고 내가 한 일이라고 생각해. 내가 아무 일도 안했으면 그런 시각은 나오지 않는거야. 나는 핑크였는데 파란색이라고 사람들이 말하니까 그 간극을 줄이려고 하는 사람들 많지? 잔류형 인간이야. 내가 한 행동에 대해 그들이 생각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야. 그것까지 내 의도를 똑같이 맞추겠다고 하는 것은 또 다른 권력욕이야. 난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연예인이 가십이 없는건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해. 연예인들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라고 있는 사람들이야. 우리가 가십이 없으면 사람들은 재미가 없어. 대중들이 삶의 지표나 방향을 틀라고 있는 사람들이 연예인인거야? 그건 아니잖아. 대중들은 우리를 보면서 위로를 받는거야. 그 가십을 봉쇄해 버리는 연예인은 직무유기란거지. 어느 정도 가십거리는 만들 필요가 있어.
김=오징어는 맛도 있어야 하지만 우선 씹혀야 한다는거야?

고=오징어가 나서서 저는 말려서 씹어 드시지 말고 순대만 만들어 드세요. 이런다고 생각해봐. 웃기잖아. 우린 연예인이야. 무대에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거야. 대중들은 우리를 보면서 찧고 까불르고 하는거지.
그런데 우리가 성녀처럼, 대통령처럼 취급받고 싶어한다면 그건 정신병자야. 연예인은 무대에 서는 순간 광대가 되는거고 객석에 앉아 있는 대중은 귀족이야. 광대가 귀족앞에서 안까불면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겠어? 관객을 귀족으로 보고 우린 까부는거야. 우리는 관객이 있으니까 무대에 올라가는거야.
관객은 우리 무대 앞에 왜 왔겠어? 아픔과 즐거움을 갖고 왔어. 또 무언가 감정을 배가시키거나 소진시키기 위해 우리를 찾아왔어.
우린 문화인으로 할 일을 충분히 하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서 보내야 해. 관객은 그 순간만큼 생때같은 돈과 시간을 갖고 날 찾아왔는데 무대에 있는 사람이 관객에게 훈계하면 안되지. 난 그렇게 생각해.
어떤 의견을 나누더라도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해야지, 이렇게 해라 는 안되지. 뭣보다 잘 들어야해. 그래야만 내가 발전이 있고 내 허물과 문제가 보이는거야.

관련 글: 단지 연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http://capplus.khan.kr/327

김=누나 생각보다 멋있는데
고=나 괜찮다니까.
난 질타가 들어왔을 때. 힘들어하는 후배들. 만나면 막 야단쳐. 누릴 것 다 누려놓고. 몇 분의 일도 안되는 질타를 갖고 사네 못 사네 힘들어 죽겠네. 그렇게 완벽하고 싶으면 나가지 마. 그것도 관심이거든. 견뎌야지. 그 정도 견딜 정도 안되면 숨어서 살던지.
얼굴이 알려졌고 대표하는 사람은 누리는만큼 질타가 오는 건데 질타갖고 엄살떨면 안되지. 질타받을 위치에 올랐음을 인정받고 감사하라고 해. 질타가 아니라 하나의 관심으로 봐야지. 그걸 관심으로 전환해야 뭔가 나올 수 있는 여력이 생기고 거기서 뭔가를 얻는거야.
모든 게 다 애정이고 관심이야. 우리라는 직업이 관심 떨어지면 어떻게 살거야? 난 그래서 브루니가 멋져. 저 위치에 가더라도 자기를 없애지 않고 위치를 잘 활용하면서 멋지게 살잖아. 그걸 봐주는 프랑스 국민도 멋지고 재밌고. 아마 우리나라서 그랬대봐. 난리날 걸?
김=누나 보면서 느끼는 것은 자유롭고 싶어하고 자유로운 것 같은데 안돼 보일 때가 있어요.
고=그럴 땐 결혼해줘야 하는 거야. 내가 왜 안 돼 보이냐면 빈맥주 깡통이 차오르는데 버려줄 남자가 없어.
김=비담같은 남자가 있어야 하나?
고=비담까지도 안 바래. 칠숙이 편해. 칠숙.
김=연애 안하고 싶어요?
고=왜 안하고 싶겠어요. 그런데 난 아내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해. 칠숙이 같은 남자가 아내로는 좋지. 난 아내가 될 자질이나 소양은 부족한 것 같아. 나의 변덕스러움과 고집스러움, 말도 안되는 논리를 아내의 마음으로 항상 응원해주는 사람.
그리고 술마시고 난 다음날 따뜻한 밥 지어주고. 지금은 그걸 아주머니가 해주잖아. 그런데 아내가 필요해. 돈은 내가 벌 수 있으니까 돈벌어올 책임감은 안가져도 돼. 여튼. 김제동. 다시 한 번 생각해 봐.


 


김=난 일고의 가치도 없어. 누나 딴데 가서 알아봐.
누나는 대중들에게 로망처럼 돼 있어. 원래 내용물에 자신 없을 때 과대포장 들어가게 마련인데 누나는 그런데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돼? 사실 그럴 때마다 누나가 위압적으로 느껴져요. 누나는 포장을 씌우지 않을 뿐 아니라 사회가, 대중이 씌워놓은 포장을 자기가 먼저 벗겨 버리잖아.
예전에 도현이형 결혼할 때 주례하신 박노해시인이 그런말씀을 하셨어. 한 달에 한번씩은 꼭 각방을 써라. 그러면 만나는 기쁨이 더 커진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절대 엄마와 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라. 그래야 잘 될 수 있다. 너무 부부 둘만 사랑하면 다른 사람이 끼어들 틈이 없다. 너희 둘만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므로. 맞는 말이야.
고=서로의 채널을 존중하는 것이니까.
김=난 누나랑 술 먹으면 안 웃겨도 되어서 좋아. 누나가 너무 웃기니까.

고=난 예전엔 포장마차에서 혼자 술마시는 사람 이해가 안됐는데 요즘은 이해돼. 그리고 술취해서 부르는 노래가 어느 노래보다 괜찮아. 어느 가수의 사연보다도 그 분에겐 무슨 값진 사연이 있지. 맨 정신에 못 하는.
그게 인간 본연의 자세인 거야. 그런데 불쌍한 건 말이지. 결국 집에 찾아 들어가잖아. 아침에 일어나면 부끄럽고 부인한테 잘못했다고 빌고 금주 선언하고.
 
고=무슨 일이 벌어졌다고 해봐. 암담해. 처리해야지. 그런데 할 수 있는 것까지 하는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일까지. 필요 이상의 책임감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저들이 원하는 거야. 뭔가 해야할 일에 대한 것만 처리하면 되는 거지 거기에 따른 자기장까지 신경쓸 필요는 없어.
잘하면 90점, 100점 받는거고 못하면 30점 받고. 내 게으름, 내 잘못 때문에 끼친 민폐만 해결하면 되는거야. 그 사람이 나를 판단하는 생각까지 바꿔 놓을 필요나 의무는 없는거지.
애들 문제도 마찬가지야. 민감하게 물어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건 그 아이들 몫이야. 부러울 것 없는 집안에서 건강하게 태어났어. 그렇게 부족함 없이 잘 자라고 있지만 엄마가 가까이서 키워주지 못한다는 결핍이 있는거지. 그런데 그건 그 아이들 운명이잖아. 훨씬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난 그 아이들이 그에 대해서 엄살만 안떨었으면 좋겠어.
나중에 내가 그 아이들을 만나더라도 어떻게 지냈니? 밥 먹자. 요즘 관심사는 뭐고 고민거리는 뭐가 있니. 이렇게 물어보겠다는 마음가짐이 들어. 아이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 보다는 삐딱함 없이 듣겠지. 내가 뱃속에 열 달 넣고 있었는데. 보자마자 아이고 내 새끼야... 하고 울고불고 이러지는 않을거야.
난 어렸을 때 누가 날 안좋아하면 어떡할까 하는 마음이 날 괴롭혔어. 왜그럴까. 난 그런 마음 아니었는데 이러면서 졸이는거지.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으면 에이, 지가 지 복을 차네. 나랑 안친하고 나를 싫어하면 자기가 오히려 손해인 것 같아. 결국 중요한 건 내 마음가짐이거든. 너 옆엔 내가 없잖아. 그건 네 손해지. 이런 생각이란거야.

김=작품선택은 어떻게 하는거야. 꼭 탐난 역할이 있었어?
고=역할이 좋아서 탐나고 마음졸인 적은 없어. 나 말고 대안이 없다, 꼭 해줬으면 좋겠다. 그럴 때 하지. 그런데 대안도 있고 그걸 이야기하면서 나를 저울질 할 때 있잖아.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두고 간을 보는 행동 말야. 내가 감독이나 제작진이라면 그러지는 않을거야. 내가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하는 명분이 생기는 그런 상황? 그런 상황에선 내가 가진 것의 30만 쓰라고 해도 50, 100을 써 버리지.

김=그런데 말야. 누나는 너무 결혼하자는 말을 많이 해. 왜 그러는 거야
고=넌 결혼의 의미를 너무 단순화해서 알고 있구나. 내가 결혼하자고 말하면 애들이 너무 놀래. 순수해서 그런건데 반응 보면 재미있어. 그런데 같은 방을 쓰는 개념이 아니라 기업합병 같은 게 더 가까운 의미라고 해야 하나?


 


김=몰라. 복잡해. 근데 요즘 행복해?
고=괜찮은 것 같아.
김=더 원하는 건 없고?
고=없어. 대중들의 사랑도 얻고 돈도 벌고. 감사하지. 특별히 누가 밉거나 아니면 재수없게 꽂혀서 그 사람만 이야기하거나 하는 상태도 아니고.
김=그런데 이번에 팬 미팅은 왜 한 거야? 21년 만에. 뭐 내 덕분에 행사야 잘 치러졌지만.
고=내가 받은 게 너무 많았잖아.
김=누나 울어. 눈물도 많아요. 행복하세요?
고=괜찮은 것 같아.
 
은근 내가 받은게 되게 많아서. 나 컴백전에 만들어진 팬카페가 있어. 일할지 안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자기들끼리 내 자료 찾아서 만들어주고 정모도 하고. 선덕여왕 할 때 도시락도 싸다주고. 심지어 부산에서 사인 받으러 왔다.
어떻게 오셨냐고 했지. 내가 막 혼냈어. 일해야 하면서 사인 받으러 왔냐고. 사인 받아서 뭐하게? 이러면서. 마음은 너무 고마운데 막 혼냈어. 그 친구들은 나 한 번 보고 사인 받자고 그 먼 길을 올라온 거잖아. 난 얼굴 보여주고 밴 타고 가버리면 그만인데. 그게 마음에 너무 걸리더라고.
또 그냥 와? 바리바리 싸들고 버스타고 와서는, 왔는데 기껏 얼굴 보여주고는 화만 내버리고. 누워 있는데 그 생각하니 눈물나잖아.

그래서 홍상수 감독님이 했던 말, 표현을 그 때그 때 안 하면 나중에 내가 제일 외롭다는 그 말이 생각나서. 그 추운데 와가지고 노래도 불러주고. 그래도 제동씨가 도와줘서 천군만마를 얻었지 뭐. 내가 맥스봉 소세지 좋아한댔더니 그거 얼마나 낑낑대고 많이 갖다 주는지 알아? 경비아저씨들한테까지 선물 다 하고.
그거 가족도 하기 힘들어. 생판 모르는 사람들끼리, 나 좋아한다는 이유로 같이 모여서 버스 잡아타고 와요. 20년 이상 받은 사랑인데. 너무 늦게표현 한거지.
촬영장에서도 세련되게 대처를 못해준 순간이 많아. 지루하고 상투적이지만 너무 고맙다 말해주고 안아줬으면 더 기분 좋게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줬을텐데. 어떤 친구가 샴페인을 갖고 왔어. 아주 좋은 샴페인을 갖고 와서는 촬영장에 서있겠대. 의자도 없어. 난 내 팬들을 그렇게 힘들게 서 있게 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찾아오는 팬들에게 정말 모나게 군 적 많거든.
이번 팬미팅도 그분들이 편히 앉아서 볼 자리를 만들고 싶었던 거야.
김=엄마가 촌에서 뭔가 바리바리 싸들고 오면 고마운 마음 크지만 왜 이런거 힘들게 들고왔냐고 화내는 그런 심정이죠.
고=우리 엄마는 바리바리 안 싸와. 조금 싸주고 더 먹고 싶으면 집으로 오라고 그러셔.
김=누나 대물 촬영은 언제부터지?
고=7월초부터.
김=들어가면 잘 못보겠네
고=아니, 전화하면 나올게.
고=생각보다 부모님한테는 잘 못한것 같아. 왜냐면 결혼해서 애낳고 살아야 정상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 난 이상한 짓을 한거니까. 이상하게 그것에 대해서 죄의식. 부모님이 죄의식까지는 아니더라도 길티 필링이 있으신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안되는 것 같아. 좋아하시면서도 그것 때문에 그것 때문에 더 열심히 살아라 하셔. 그게 걸리시나봐.
감=부모님은 마음이 다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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