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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Drama

[연애의 발견], 똥차파티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by :선율 2014. 11. 3.

현실감 한 스푼 더


드라마에 불만이었던게 성격적으로나 스펙으로나 완벽한 사람들이 드라마 주인공이면서, 온갖 고난과 역경을 헤치며 러브라인에 골인을 맺으며 한다는게 입맞춤이 고작이었다. 첫사랑 못잊어서 연애휴업하고 그리워하는 설정도 판타지인데, 이젠 성에 안차 400백년을 기다린 주인공도 등장했으니 말 다했다. 그리고선 사랑이 이루어져 한다는게 입맞춤엔딩 -끝-


연애드라마가 달라졌다. 신호탄은 [그들이 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일회성 키스씬이 아니라 시도때도 없이 쪽쪽대는거나 닭살행각, 남자주인공의 찌질함과 열등감. 여자끼리 모여서 잠자리 했니마니 하던건 전에 없던 연애드라마의 현실반영을 끌어올렸다. [연애의 발견]은 여기에 진일보는 아니고 변주쯤. 하여간 뽀뽀장면이나 보통연인이 할법한 스킨십은 아주 자연스럽게 나오고, 여주집에 동성친구1 남자인친구1이랑 함께 하숙하면서도 남자친구집에 드나드는 것이 서로 아무렇지 않은, 여주엄마가 다니는것까진 그렇다해도 피임은 잘하라고 충고하는 장면까지. 세태변화가 느껴지는 장면이다. 


본격 삼각관계가 발동하면서부터 드라마는 진흙탕이 되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현재 남자친구가 있는 전여친에 미련 못버리고 들이대는 저돌적 병신, 철벽 안치고 흘릴거 다흘리고 난 떳떳하니까 하다가 흔들리는데 어쩌라고 하는 미친년, 입양찬스 가로채서 의사된뒤 다시만난 첫사랑인지 의남매랑 썸타다가 넌 사랑이고 얜 동정이야 맺고끊음 못하는 찌질이.

 작중 관계로 보자면, 전남친-전여친, 보육원 오빠-동생, 엄마의 30년지기 남자친구, 30년산 동네 친구 동거인. 연애란 연애, 러브라인이란 러브라인은 죄다 끌어쓰는 연애드라마라니. 쩝... 뭐 그래 장르드라마인척 하다 연애드라마보다 대놓고 연애드라마가 낫지.







뻔한 작법은 지루할뿐


16화 내내 '마주치지말자 헤어지자-연인 몰래 밥먹자 술한잔-뻥치다 걸림or현장목격-냉랭·싸움-잘못했어/믿음드립' 이 사이클 반복. 

뭔가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듯 하지만 결국 이 패턴. 할 건덕지는 없는데 억지로 분량 늘리니까 나왔던 장면 재탕 쓰거나, 초장에 싸움질 하고 마지막에 싸움질하면 뭐가 또 달라지는데? 

여주가 그만큼했으면 10회에는 놓아줬어야 한다. 그런데 작가는 아는거지. 10회에 남친이랑 바이바이하고 전남친이랑 연결되면 드라마의 모든 긴장감이 해소돼서 끝이라는걸. 균열으로 시작해서 조합이 완성되는 건 엔딩이어야 한다는 걸.


소재가 여기저기 드립들 끌어모아서 소소한 재미 올리는 건 있었지만, 그건 케이블드라마에서 시선끌기 플짤용으로 하는거 아님? 장면마다 거품키스(시크릿가든-그여자), 나만아는 옛연인 소개(엽기적인 그녀-i believe) 등등 꾸준히 드립치는데 정작 [연애의 발견]했을 때 떠올릴만한 게 없다는게 함정. 공중파 드라마 되서 오리지널리티를 못보여준다는 것 만큼 작품성에 치명적인 것도 없다. 인터뷰컨셉은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초반에서 영감을 받은건지, 종종 어색하게 카메라 의식하면서 인터뷰할 때 오그라들더라. 다만 만족스러운 건 그나마 건질만한 대사가 있었다는 것. 






똥차가 주인공인 드라마


현실에 있을법한 바람과 양다리사랑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작가는 이를 융화시켜줄 의도로 정유미를 택했다고 하는데, 정유미를 보면서 말로만 남친뿐이라면서 할거 다하고-도대체 전남친 차는 왜 얻어타고, 회사밖에서도 밥이나 술을 마시며, 굳이 남친 몰래나와서 의미없이 전남친에 전화하거나 만나는지-막상 남친도 자신이 했던 행동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졌을땐 다죽었어하며 조져놓는데, 그래놓고 본인은 제대로된 해명도 하지않고 그냥 뭉뚱그려버린다. 처음엔 끼부리고, 사과하고 하더니 아예 대놓고 휘둘리는거 다보여주면서 오히려 당당한게 여주. 후반부로 갈수록 양다리가 노골화되더니 마지막회에서 남하진과 헤어진 한여름이 옷장속에 숨었던 장면에서 '미친년'이 절로 튀어나왔다. 훼이크였지만 여주가 이미 어마어마한 분이시라.


설정에 무리가 있어서 그렇지 남자쪽은 여주에 비하면 준수하다. 여주와 연애했던 5년간 못해줬던 것들에 반성하고 뭘 놓쳤었는지 깨닫는 전남친. 강태하가 현남친 있는데 계속해서 구애한다는 설정만 빼면, 그런 남자가 있나. 까칠해도 능력좋은 건설회사 대표. 욱하는 성격은 있어도 세심한 면도 있고, 현남친 양다리 여주 모르게 감춰준 것들이나, 여주 커리어나 여러모로 도움될법한 것들 제시해주는 것도. 여주야 현남친 전남친 사이에서 줄타기 했지만 강태하는 한결같았다. 강태하 같은 전남친이라면 버선발로 재회. 

 현남친 남하진도 마찬가지. 남친엄마가 탐탁치 않아하는 것, 마음가는 보육원 여동생과 맞바람탈뻔 한게 정리된 중반부 이후부터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순정남. 일단 스펙도 본인포함 의사집안. 딴남자집에서 자고왔대도 안캐물어, 그사람이랑 같이 일하는 거 들켜도 알겠다, 비즈니스관계임에도 스스럼없이 반말+윤솔에 도현준까지 반말하는데도 넘김, 그사람이 여친 좋아한대도 그사람만 붙잡고 싸움, 여친이 갈팡질팡해도 싸워도 뽀뽀, 그사람이랑 5년이상된 옛남친인거 알아도 삼킴, 헤어지고 1년동안 반지도 안뺀 그런 남잔데도 차임. 남하진 같은 남친이라면 결혼.





문정혁의 재발견


먼저 문정혁. 그의 데뷔작이자 출세작 [불새]도 그 유명한 타는냄새 짤도 1초도 못견딤, [늑대]가 교통사고로 조기종영까지 3회까지, [스파이명월] 한예슬 도망간 주에 회차분 봤었다. [스파이명월]이 연기력이 실망스러워서 3년전 그 당시엔 발연기 여전하구나 싶었는데 [연애의 발견] 첫회 보자마자 느낀건 연기가 예전에 알던 발연기가 아니다! 일상연기를 하는데도 평음을 내지 않고 연기톤을 낸다든가, 뭔가 느끼한 꾸며진 말투를 쓴다든가 하는 부분은 아직 남아있었지만, 톤을 조절하고 호흡을 넣으며 대사를 치다니. 어쨌든 초반에 자뻑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약간 유치하고 오글거리는 대사도 잘 소화했다. 아무래도 워낙 잡음이 많았던 전작인지라 절치부심했나 싶기도 하고 일취월장해서 놀랐다. 


 스타일링도 대학생은 웃을때 눈가의 주름지는것만 빼곤 댄디하고 짧게친머리가 굉장히 어려보이고 잘어울렸다. 남주나 서브나 일단 키가 훤칠해서 비현실적이게 느껴지는 멋짐에 여주가 밋밋할정도. 다만 옆라인은 밀고 적갈색으로 염색했는데 과거에서도 같은 머리라는게 옥에티지만, 방송여건이 생방이다보니 이해는 한다. 

 개인적으로 축의금이나 성격관련 소문을 들은게 있다보니 연애상대에게 제멋대로인 캐릭터랑 자꾸 안맞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알고보니 감독도 하진역이 문정혁같고 태하역이 성준 같다하길래 혹시몰라 하진역 대사까지 외웠다는 후일담에 그랬으면 더 재밌었을듯 싶다. 맥락상 하진에게 가는게 더 드라마다운 결말이라.





방성준의 발연기 지수 하락


올해초만해도 로맨스가 필요해3 감상에서 발연기로 어마어마하게 혹평을 했었는데 보는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얘 나오면 거의 스킵했었다. 발연기 지옥 지하 10층에서 지하4층까진 올라왔다. 연기자를 나태하게 만드는 위기가 몇번오는데 완전한 발연기보다 발연기인듯 발연기 아닌 발냄새 풍기는 때, 캐릭터의 힘을 본인의 연기라 맹신할때가 오히려 더 위험하다. 지딴에는 발연기 탈피했다고 스스로 안심하며 연기에 맛을 알았다느니 자만떨기 딱 좋을 땐데, 그래도 인터넷 조금 두들기면 알겠지만 여전히 발연기 딱지는 유효하다는 걸.


 얘는 일단 저음이긴 한데 탁 트인 발성이 아니라서 발성연습을 많이 해야하는데 발성이 여전히 크게 미흡하다. 구강구조의 문제인지 발음이 불명확한 것도 문제. 그리고 낼 수 있는 표정이 정해져있다. 씁쓸한것도 살짝 웃는것도 안심하며 짓는 미소도 특유의 팔자주름 띄우며 썩소 짓기. 뭘해도 그 웃음. 놀람, 당황, 분노는 김태희식 동공연기를 펼친다. 그냥 눈 땡그랗게 뜨고 표정을 상당히 과장해서 오히려 연기를 단선적이게 만든다. 


 아직 체득화된 연기가 아니라 외워서 연기하는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꽤나 발전했다는 게 느낀건 자연스러운 대사처리가 상당히 늘어 보는데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는데 의의를 두고싶다. (로필3 스킵신공하다가 메인 러브라인 타자마자 놓은 사람으로서) 내면연기가 어설픈데도 분위기를 그르치지 않는 선에서 전작보다 자연스러워졌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한여름 데리러 회사앞에서 기다리는데 주저앉아 우는 한여름 보면서 왜그러냐고 서늘하게 묻는데 가장 남하진스러웠다. 이성적이고 차분한 남하진이라면 극적인 광기로 소리지르며 분노표출을 하기보다는 서늘한 기운을 뿜어내는 쪽이라서 과장되지 않게 느껴졌다. 아쉬웠던 장면은 역시 눈빛연기가 부족해서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서 무너져 내리는 장면을 김수현이나 남궁민이 했으면 어땠을까 떠올려보면.. 

 인기를 얻을만한 좋은 설정이 많았던 만큼 극중에서는 남하진쪽에서 감정이입을 했는데, 차라리 이 역을 문정혁이 하든가 아님 30줄 근처에 즐비한 남자 주조연급 연기자가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많은 아쉬움이 든다. 정유미가 누나로 밖엔 안보이는데 동갑이라니, 아무리봐도 연하남이 문정혁에 말놓는 거 보면 하극상같아서. 





무난한 정유미

 상대역이 둘다 전작에서 보여준 발연기를 감안하면 연기력을 이끌어올린 긍정적인 상대역이 아니었을까 싶다. 캐릭터가 심히 마음에 안들어서 그렇지. 감정선도 행동도 이해가 안갔을 뿐더러 다만 연애할때 권력관계라든가 그런데서 오는 자존심같은 부분 말고는 양다리 걸치다가도 용서빌다가 흘리고 다니는거 보면 도저히 정이 안가고 못마땅한게 한두가지가 아니라, 캐릭터때문에 연기까지 나빠보이려 할정도. 


 [연애의 발견]도 7%대라고 하는 걸 보면 인터넷 반응이 꽤나 있었음에도 상반된 수치. 젊은시청층에 호응을 얻는다든가와 현행 시청률 집계방식에서는 무관하기에 이 수치와의 괴리감은 개선되지 않는한, 2030 타겟드라마에 시청률측면에서 손해를 깔고 가야 한다는 것과 같다.


현실의 이기적인 연애를 들여다 본 드라마. 쿨한척 하는 드라마 보다 질척이니까 현실감이 들었다. 그 시궁창 같은 현실에 아연실색하고 뜨악 했지만. 하진이 그나마 판타지로 있어줬기에 가능한 '있을법한 없는, 드라마에서나 있는' 로맨스. 우리가 언제부터 쿨했나. 피 끓는 청춘이 쿨해진다는건 배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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