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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Drama

그녀는 예뻤다, 짜임새를 부탁해

by :선율 2015. 10. 10.

너무 달달해서 잘 밤에 커피 마셔줘야 한다는 티저 예고편

님쥠나랑장난?


킬미힐미도 순전히 오리온·리진 쌍리커플 보려고 본건데 본방 달릴때 지성이 연기한 고등학생 인격 요나는 극복할 수 없는 캐릭터인데다 억지로 리온이랑 연결하니 거부감이 들어 놨다가, 티저보고 쌍리부분만 몰아봤다. 마지막회 직전까지 절절한 외사랑 오라버니bbb 언젠가 커플로 만났으면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재회한게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워낙 쌍리남매 호흡이 좋아서 우려보다 설렘이 앞섰다. 먼저 캐스팅 확정된 황정음과 캐스팅 제안을 박서준이 황정음에 전화를 걸어 어떤거 같냐고 물어봤는데 대본 재밌다고 그래서 믿고 합류했다고. 메이킹도 아주 기깔나게 뽑아서 내안의 기대는 더 높이 치솟았다. 



첫장면부터 때깔 죽이게 작업한 도시 야경 스케치에 웃음밀도 하며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하이라이트


때깔과 힘주는 법을 아는 연출에 2% 부족한것


여유있었던 초반부에 보인 야경부터, 하늘 바라보는 장면, 오토바이 신혁과 자동차 서준의 다른사람 다르스타일을 보여주며 한길로 들어서는 주행장면은 영상미도 영상미지만 어떻게 표현해야할지에 대한 고민과 의지가 엿보이는 장면이다. 첫날 자신이 혜진이라 말못하고 물에 비친 자신을 보는 혜진이나 가짜 혜진이 만날 때 터지던 분수장면, 성준과 혜진이 워크샵 갔을 때 머리위로 터지던 폭죽. 일단 화면이 쨍하고 예뻐서 동화같은 설정 드라마를 더욱 드라마 답게 만든 느낌. 게다가 아역과 성인이 장면에서 같은색으로 옷을 입는다든가, 르누아르의 시골무도회 '빼꼼이'로 나타내는 연출도 바라만 보는 제3자와 그림속 패션이 같다든가 하는 디테일은 훌륭했다. 

그런데 김혜진을 연기하는 황정음 연기는 너무 심하게 과장됐는데 이게 감독 디렉션이라고. 대체 얼굴 못생기면 "예"하나 평범하게 하지 않고 몸을 한번 꿀렁이면서 "옙" "맛있게/잘먹었습니다"하는데 군인 복창하듯 굵게 끊어 말하는 과장같은건 평범하게 해도 될 부분까지도 오버해야 한다는 강박아닌가. 킬미힐미 때도 심벌즈원숭이 따라 박수치는 장면 정말 거북했는데, 것도 감독디렉션이라더니 왜 또 감독들은 오버디렉션에 꽂히는건지 이해불가. 1회 앞니껌씬에서 보여준 장면이나 상황이 과장된건 유쾌하고 재밌지만 캐릭터는 지금보다 조금만 덜 과장됐으면 하는 한결 보기 편할듯.



낡아빠진 곡 말고 상황에 맞는 신선한 곡 좀


좌절했을 때 zigeunerweisen, Op. 20 moderato는 심하지 않나. 홧김에 낸 사직서 회수하려고 부장한테 뛰어들 때 chariots of fire는 정말 낡아빠진 클리쉐 bgm에 경악했다. 근데 소고기 먹고 지갑없고 난감할 때 toccata and fugue in D minor, BWV565를 쓰는거 보고 혀를 찼다. 어디까지 하실건지, 90년대 트렌디세요? 나중에 지성준이 진짜 혜진이 인거 알고 포옹하는 장면에서 질투 OST깔 기세. 음감댁에 감 한상자 놔드려야겠어요.



개연성 복선 뇌는 내려놓고 봐야하는 짜임새


△혜진캐는 외모가 역변한거지 뇌가 퇴행한게 아니다! 

 1화는웃음과 현실감을 적절히 살려 하이라이트 보다 훨씬 더 재밌는 본방에 적절히 대중적으로 잘 풀어쓴 로코라고 생각했는데. 2화부터 극중 캐릭터 별명이 지랄준이라는 지성준은 지나친 모욕적 언사, 관리팀 에이스 혜진은 첫사랑 앞에서 허둥지둥이 지나쳐 오른쪽 왼쪽도 모르고 빔프로젝트 리모콘 대신 레이저 리모콘을 붙잡고 계속 쏘고 있는걸 보노라니 얼굴이 못났지 행동까지 못난 여주로 그려 일차원적이고 평면적이어서 아쉬웠다. 게다가 구멍난 양말 보푸라기 너덜거리는 옷까지 보여주는 궁상맞음은 쥐구멍에 내가 들어가고 싶을 정도. 그리고 면접장면에서는 빗자루머리만 묶어줬어도 덜했을텐데 면접장에서 앞머리 내려나온거에 사팔뜨기 하는게 아무리 

△직장여성캐는 왜 그모양이냐!

 전화받으러 나가면 1시간이라는 부장말. 뭐 남주남조야 일안하고 농땡이 치는 캐릭터는 없다 치고, 효자손 들고 다니는 더러운 캐릭은 있어도 일은 제대로 하는데 분량이 쥐코딱지만큼 나오는 인턴동기는 인턴 첫출근 인사자리에서 감히 건방지게 허리에 손을 얹고 부장말을 듣고, 갈 때마다 마스카라 칠을 하거나 사무실에 매니큐어 냄새가 진동할텐데 당당하게 매니큐어를 바른다. 모스트팀 어시는 어떻고, 좋은 남자 물어가려고 혈안이 된 모습이나 남에게 할일 전가시키는 장면. 주인공 돋보이기를 위해 제대로 조연캐들을 희생하려면 그리려면 업무중에 주식하는 남사원이나 업무시간에 사우나 다니거나 법인카드로 막긁고 다니는거 쓰든가. 

△명분없이 막말하는 지랄준, 남주 감정선 거세라니!

 2화보고 깜짝 놀란게 남주가 이유없이 막말하고 도와 선을 넘은 인신공격과 모욕을 일삼는 남주. 화도 윽박을 지른다. 언어장애 있냐고 하는 장면에서는 박서준이 '이렇게까지 해도 되나'싶었다는 말이 뭔지 알게됐다. 껍데기만 중년남성이면 화풀이로 인신모독하는 상사와 다를 바 없다. 일반적으로 드라마 남주캐의 '까칠함'은 내면에 상처가 있어 타인에 적대적으로 대하거나 오만하지만 여주에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데, 물론 모르고 촬영 스튜디오에 신발신고 간건 불같이 화낼만 하지만 사소한 부분에서도 전후과정 살피지 않고 공기 축내지 말고 나가라는 상사는 남주캐 묘사가 지하암반수로 쳐박은 꼴 아닌가. '일에 실수한 혜진을 꾸중하는 상사'라는 수위조절만 적절했다면 지성준이 여주에게 호의적인 행동 모두가 캐붕은 아니었을 텐데. 솔직히 여주가 망가지는것까지는 차치한다 하더라도 남주캐를 안하무인 막말남으로 그린게 기가 찬다. 박서준 때문에 보는게 5할은 되는데 도저히 지성준 캐릭터는 정이 붙질 않고, 여주의 모든걸 그대로 바라봐 주며 응원해 주며 해결사역할을 자처하는 신혁이가 남주라는 생각이 들만큼.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까칠한 지성준이 개그캐로 쓸 땐 캐릭터 생각좀 했으면 좋겠다. 술 못먹어서 쓰러지거나 집중하느라 문에 부딪치는 장면은 이해가능한 유머코드 범위. '부편집장'이나 되는 직함이면 회사에서 최소 부장이상이다. 근데 양파놓다가 다른직원에 놀라서 혜진이 무릎에 앉는다든가 인터넷뱅킹 안/못하고 주변에 돈구할 사람이 없어 몸빼바지 입고 소똥치우는건 개연성이 너무 빈약하고, 소똥치우면서 개그와 바닷가에 노는 혜진의 사진을 찍는다든가 테트리스얘기나 시간가는 줄 모르게 유대감 쌓다 영업시간 종료할때까지 수다를 떠는 것도, 정말 이해안가는건 출발했을 때만해도 삭막한 분위기 풀려는 혜진에게 귀찮아 하며 모든 말과 행동을 차단했던 성준이 자기 어릴적 속깊은 얘기를 꺼내는 것까지 이때까지 봐온 성준이는 뭐고 7화 성준이는 뭘까 싶을 정도로 아주 갑작스럽고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조울증이거나 쌍둥이거나 귀신씌였거나 이중인격같은 믿을 수 없는 인격변화였다. 게다가 딱 그날 기분좋아졌다든가 그 전 공황에서 혜진의 노고에 제대로 사과하면서 관계진전을 한다든가, 말이 심했다고 자책하는 장면이 아니고 갑자기 뜬금없이. 설상가상인건 워크숍 이후 회사사람들에게 화이팅!! 이딴거 하고 있으니 어떤 성취를 하거나 노력에 감읍해서 부하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자연스러운 상황을 그리는게 아니라 지 꼴리는대로 기분좋을 때만 잘대하는 전형적인 꼰대 상사라고 느껴질 뿐 이건 인간미도 뭣도 아니다. 하여간 7화이후로 성준은 혜진에 지나치게 친한척 날벼락같이 선을 긋고 돌아서고는 질투를 하는데 감정선 널뛰기가 한창ㅋㅋㅋ 메인밀고 싶어도 밀 수가 없다.

△16부짜리 서사는 없고 상황만 있어

 남주 감정선을 댕강댕강 잘라 시청자 스스로 남주의 갑작스러운 감정선을 따라가며 알아서 추측해야 하는데, 쓸데 없이 모스트 편집팀 같이 워크숍 후발대 에피를 사이좋게 반반 넣지 않나. 그것도 한쪽은 소똥처리하는데 다른 한쪽은 똥마려워서 운전하다 화장실찾는 똥에피로 30분을 할애했다. 전개는 하나도 없고 웃긴장면만 집어넣고 소소하게 들어가도 좋을 이야기를 분량 할애해가며 하는게 매번 조연들의 이야기도 메인으로 다뤄주며 전개따윈 100회 지나서 할까말까한 시트콤식 호흡을 연상케했다. 시트콤으로 보자면 까칠한 패션지 편집장이 아니라 대통령이어도 웃고 말고, 조연에 그 회 단독 에피 써주는 것도 흔하다. 에피소드식 드라마도 아니고 어떤 미니가 서브얘기도 아니고 조연얘길ㅋㅋㅋ 짜임새가 엉성한 것 투성이. 십년전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보다 정말 안이하고 알맹이가 없다. 

△우연 남발

 극안에서 설득력있게 만남을 잇는 것도 작가 역량에 속한다. 시나리오 쓸 때 유의해야할 사항이기도 하고. 근데 툭하면 우연히 만나고 우연히 얽힌다.  우연히 하리가 다니는 호텔에서 하리와 재회하고, 하리 기분이 최악인 날 우연히 헬스장에서 하리와 만났는데 같은헬스장, 우연히 같은버스에서 여주 선행 보고, 우연히 버스타다가 남주가 길바닥에서 떠는 거 보고, 작품구상할 때 만남 구상이 엉성 그자체.



고군분투하는 황정음


 역변한 못난이를 연기한다 했을 때 극중에서만 못난이 취급할거란 예상을 깨고 주근깨에 부스스한 머리칼. 것도 홍조가 점점 심하게 그리는듯 징그러워 보이기 까지 해 '못생겨 보이는데' 성공한 황정음. 심한 오버연기가 무척 거슬리지만 이를 상쇄하는 몸을 불사지르는 투혼이 보여서 단점이 상쇄되고 극중 혜진이가 정말 사랑스러워 보인다. 1~2회 나레이션은 발음과 발성이 정말 나레이터로서 부적합해서 단점이 크게 드러났는데 장기적으로는 z발음은 꼭 고쳤으면 좋겠다. 무슨말이 필요하겠나 믿보황인데.



 박서준은 좋지만 지성준은 싫다

 오리온과 겹쳐보이지 않을까 하던 세간의 우려를 지랄준으로 다른의미로 종식시켰다. 감정선이 워낙 롤코를 타고 시크릿가든 김주원이랑 비교하던데 김주원도 오만방자하고 까칠했지만 감정선 널뛰기 안했고 까칠 기조 유지하면서 중간중간 하지원에 달달했지 지성준처럼 조울증 롤코 안탔다. 김주원이 갑자기 백화점 부하들한테 곧 분기마감이니까 화이팅!!한다고 생각해봐라ㅋㅋㅋ 킬미힐미에선 감정연기 감탄하면서 봤는데 윽박!!!!! 다정^^* 뭐 중간이 없어서 백프로 만족하는 건 아니지만 캐릭터 탓이 9할이니 탓하고 싶진 않다. 박서준 자체적으로는 상처입은 연기나 죽먹고 아파서 주방에서 하리한테 핏기없는 얼굴로 말할때 다정빔 멜로빔 좋았는데 그걸 못살리는 작가잘못... 내가 얼마나 원했던 조합인데 이번 드라마에선 틀렸어. 




그녀는 예뻤다-킬미힐미를 뷰티 인사이드 버전으로 만든 예고. 남자가 바뀌는 원작과 달리 여자가 바뀌는 내용인데 유난히 박서준이 놀라는 장면이 많다. 중간중간 자막까지 제대로 살렸다. 킬미힐미에서 "왜 너한테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어 니가 뭔데!!" 화내는 장면도 심쿵했는데 사운드로 절묘하게 넣은 센스.


뭐 그 외에도 유난히 브로맨스로 얽힌 적이 많은 박서준.






03:30 "왜 혜진일 못알아 보냐? 드라마니까, 드라마니까 못알아보죠. 평소엔 너무 잘 알아요. 너무 친하고 근데 이제 여러분들이 드라마에 굉장히 감정이입을 하셨기 때문에 저한테 그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왜 못알아보냐' 사실 저도 보면 알아요. 혜진이구나. 하지만 드라마니까~ 드라마니까 여러분 우리는 16부작을 끌고가야 됩니다. 벌써 알면 안되죠. 이제 곧 알게되겠죠?"


드라마 시청자가 20세 이상만 있는건 아니니가 어린 10대도 볼테니 이해하지만 악역연기 했다고 등짝 맞고 캐릭터와 배우를 동일시해 미움받았다는 게 옛날일 취급할게 아니구나 싶다.


사실 첫방 시청률이 전작평균에 비해서나 막방시청률 정도 예상햇는데 4.8% 출발이라 당황스러웠고, 워낙 낮았으니 상승세만 남았다고 응원했던건 사실인데 매번 차근차근 오르는 거 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막상 드라마 퀄리티에 비해서는 잘나온편이라 생각하지만 정말 드라마라는게 알다가도 모를 신의 영역이란 말에 수긍. 3배 올린건 작가 덕분이 아니라 연출과 배우가 살린 드라마인거 잊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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