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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Movie

베테랑 장윤주 캐스팅 비화, 톱모델의 태도 그리고 프로정신

by :선율 2015. 10. 12.
미스봉 역을 위해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수많은 배우들이 와서 오디션을 봤다. 게다가 황정민이 직접 오디션 때마다 매번 상대 역 대사를 함께 쳐줬을 정도였다. 다들 연기를 잘 했다. 그 중엔 웃긴 배우도 있었고 예쁜 배우도 있었고 누가 봐도 연기를 정말 잘 하는 배우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많은 배우들의 연기를 봐도 미스봉이 아닌 그 배우로만 보이더라. 개인적으로 ‘씬시티’의 미호(제이미 정)를 정말 좋아하는데 마침 장윤주가 그런 느낌이 있었다. 

류승완 감독은 “장윤주를 캐스팅 하면 어떻겠냐고 황정민에게 상의를 했다. 아무래도 배우니까 촉이 있다고 믿었다”며 “사실 장윤주를 추천하면서도 내게 믿음이 있었다. 장윤주가 예능이나 라디오에 나올 때의 모습을 보니 되게 머리가 좋은 사람이 구사하는 유머를 하더라”고 장윤주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사람을 볼 때 몇 가지를 보는 편이다. 하나는 그 사람의 손이고 다른 하나는 웃는 모습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사람의 유머 센스를 중요시 한다. ‘무한도전’에서 장윤주가 발연기를 했다고 하기에 영상을 찾아보니 그 프로그램 자체의 코미디 방식을 완전 꿰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가짜 연기를 하고 있더라. 센스가 충분히 있는 친구란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 발연기를 하고 있는 걸 보면서 머리가 진짜 좋은 친구구나 싶었다. 그래서 정식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장윤주 측에 캐스팅 제의를 했다.” 


장윤주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어머~’ 이러더라. 마치 30년은 알고 사귄 친구처럼 넉살 좋게 들어와서는 빵을 사왔다며 먹으라고 건네는데 그 태도가 너무 당당했다. 일단 사무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좋은 기운이 확 몰려왔다. 게다가 더욱 신선했던 건 ‘난 이 영화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장윤주의 태도였다. 간혹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다는 절실함이 사람을 경직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장윤주는 ‘난 톱모델이야’라는 태도였다. 그러면서 ‘난 류승완 감독이 어떻게 생겼나 보러 왔다. 동생 류승범 씨랑은 좀 아는데’라면서 ‘황정민 씨도 천만배우라고 해서 보러 왔다’고 하더라. 그 태도가 정말 당당하고 재밌었다.”이어 류승완 감독은 “그러다가 장윤주와 황정민이 대사를 치는데 장윤주가 대사를 정말 이상하게 하더라. 못 한다는 게 아니라 예상에서 벗어난 연기를 하는데 황정민도 나도 둘 다 웃겨 죽는 줄 알았다. 그래도 내색을 하면 안 되니까 꾹 참느라 더 힘들었다”며 “사실 장윤주는 오디션을 보고도 출연을 할지 말지 자신도 모르겠다고 그러는데 장윤주가 돌아간 다음 황정민이 한마디 하더라. ‘저 친구 정말 머리 좋은 친구다’고 말이다.


황정민이 자기가 볼 땐 장윤주가 미스봉을 하게 되면 영화에 폐는 끼치지 않을 거라더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정말 독특했던 장윤주가 심지어 캐스팅 후엔 열심히 하기까지 하더라. 액션스쿨에서 왜 자긴 더 멋있는 발차기를 안 만들어 주냐며 정두홍 무술감독에게 따졌다. 그래서 정두홍 감독이 도망다니곤 했다. 장윤주가 영화연출 전공인데다 톱모델이지 않나. 워낙 오랜 시간 동안 톱 위치에 있었던 터라 대중 앞에 서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 그래서 콤플렉스가 없더라. 대신 워낙 연기 잘하는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다 보니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했다. 영화에 10줄짜리 대사가 있는데 그 장면 촬영을 앞두고 2주 동안 얼굴만 보면 그 대사를 하더라. 심지어 KBS 라디오 PD와 작가들도 그 대사를 알더라. 하도 그걸 연습하고 다녀서 말이다.(웃음)

150724 '베테랑' 류승완 감독 "장윤주 '무한도전' 발연기 보고 캐스팅"(인터뷰 원문)


난 무도 연기 생각하고 코웃음 장전하고봤는데 생각보다 자연스러워서 놀랐다. 근데 무도연기가 계산된 발연기였다니. 하긴 예능도 '리얼인척하는 연기'고 캐릭터였었지. 역시 그걸 간파한 감독의 시각은 날카롭다.

영화판 블루칩이나 굵직한 중견배우 제외하고 목마른 배우가 얼마나 많겠는가. 거기다 가수보다 배우, 드라마 보다 영화배우로 보이지 않는 선에서 은근히 업계에 몸담았다는 이유하나만으로 묘하게 텃세와 우월의식이 엿보이는 행동들. 이 인터뷰만 해도 할사람 깔렸고 버선발로 달려올 쟁쟁한 배우들 많은데, 그녀는 절실하기보다 당당했다고.

장윤주는 모델계에서 정점을 찍은 커리어를 가졌다. 물론 새로운도전에 흥행까지 뒤따라 준다면 호재이긴하지만 매달릴 이유도 없다. 그녀의 연예계 생명력과는 관계없는 그냥 아저씨일 뿐. 굽힐 필요도 낮출 이유도 없다.

막상 캐스팅이 확정되자마자 연습에 매진했다는 장윤주. 매사 철저한 프로의식도 톱인것도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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