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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Movie

공들여서 더 아름다운 작품 [아가씨]

by :선율 2016. 6. 11.

#일본어 연기
지금까지 일제강점기 배경으로 나온 영화중 가장 일본어가 탁월하다. 그전까진 [동주]였는데 차이점은 일본인역에 일본 거주경험이 있는 배우와 재일교포를 기용했고 주연배우의 일본어는 다소 미숙. 아가씨는 주연배우들의 일본어대사가 어마어마하게 나오는데 실력이 다들 상향평준화됐다. 첫장면에 김태리 일본어 나오자마자 발음이좋아 깜짝 놀랐다. 문소리>김해숙,김민희>>김태리>>>>조진웅>>>>>>>>하정우순이다. 하정우는 암살에 비하면 정말많이 늘은건데... 음.. 천상 한국인. 암살때는 하정우 말고도 일본인역 발음이 시원찮아서 좀 그랬다. 근데 영화에서 전체적인 연기 톤이 있는데 어쩜 일본어를 하는데 그 톤을 그대로 살려서 하는거지. 개인적으로 일본어 발음할때랑 한국어할때랑 다른데 극중에서 한-일 어느쪽이든 그캐릭터 고유의 톤을 일정하게 끌고가는게 인상적이었다.
김해숙씨는 도둑들-암살-아가씨 3연타 일본어 쓰는 역할인데 도둑들때도 느꼈지만 일본어할때 완전 고상하고 우아하심. 일본어는 '우아하게 말하기(speaking)'가 꽤 인격적 평가 요소인데 상스러운말 쓰지말라고 할때 그 태도나 몸짓이 일본의 사상적인게 묻어났다.
문소리는 짧게나와서는 강렬하게 도장찍고 갔다. 특히 연습을 얼마나했길래 능숙한 일본어를 선보였고 신선한 두뇌스폰지 아역도 대사에 일본어로 하라는 말과 다르게 발음이 몇번 틀리는데 문소리는 한곳빼고 정말 나무랄데없이 참 잘했다. 특히 낭독씬은 끊어읽기도 좋았고 억양 발음에 품위가 철철철. 문소리 스타일링이 바뀌었나 왜케 이쁜지 미모전성기 찾으심.
김민희 아가씨 이전에는 히라가나도 몰랐다는게 믿기지 않을정도. 발음 틀린부분은 있지만 낭독씬까지 합쳐서 그 수많은대사를 소화해냈고 자기 연기까지 담아냈다는게 감탄했다.

#일본어 묘미
아가씨는 언어의 간극, 의상의 간극 배경의 간극을 잘살린 영화다. 내가 봤을때 대외용은 일본어지만 비방용같이 은밀해질땐 조선어를 쓴다. 그런데 여기 사람들이 쓰는 일본어는 표준어인데 병원앞에서 선 반전의 순간 일본사투리가 나오는데 일본어까지 연구 많이 하셨네.
그리고 숙희가 탁월하다(히이데루)라고 하는데 히이데루는 빼어날 수에 해당하는 秀를 포함한 동사로 빼어나세요가 더 적절하다. 히데코 한자는 못봤지만 보통 秀子를 쓴다. 그렇다. 앙큼하게도 언어유희 대사를 두번이나 쳤다.
아역이 뜻도 감정도없이 빠르게 읽어나갈 때 갑자기 왜저렇게 읽지했는데 끊어 읽기 가르치는 것으로 넘어간것과 띄워쓰기없는 자막의 기지에 미소가 번졌다. 역으로 한국어를 그렇게했다면 일본어자막은 어떻게해야할까. 일본어는 띄워쓰기를 하지않는다.
지금은 쓰지않는 고어적 표현이나 다소 문어체 스러움이 묻어나는 일본어대사였고, 분명 한국어 시나리오-일어번역을 거쳤을텐데 한국어번역자막보다 일본어 대사가 매끄러운 표현을 낸다든지 초월번역인지 참고서적이 좋았던건지 암튼 꽤 만족스러웠다.

#연기
코우즈키 할배역으로 분한 조진웅은 예고편에선 인위적인게 너무 튄다싶었는데 영화에선 잘녹아들어 할배스러웠다. 은교부터 해어화까지 것도 극장에서 내눈으로 노역분장 3번짼데 노역시킬거면 최소 이정도는 해야지. 못살릴거면 하지말았으면. 왜 조진웅이어야 했는지 왜 뜬금 노인네 캐릭터였는지 당위성이 직감적으로 와닿았다.
[굿바이솔로]에서 발연기 탈피했던 내가 재발견한 그때처럼 그녀는 진화했다. 다음 시상식 여우주연상은 김민희 예약이다.
김태리 보면 정말 평범하게 생겼는데 선악이 공존하는 얼굴이다. 그래서 묘하게 홀려서 봤다. 박찬욱 감독이 신인발굴 탁월하시다. 몸매도 좋았고 신인인게 안믿겨지는 연기력. 배역이 그래서 그런지 배포도 있을거같고 아우라도 느껴진다.
하정우는 다채롭다. 그가 초반에 여자 흉내내며 일본어할때 정말이지 일본어실력과 상관없이 배우 끼가ㅋㅋ 극중에서 웃고있거나 표정을 보여주지만 그게 진짜 웃음이라고 생각 안하고 포커페이스다. 진짜 말은 제일많이하고 역동적인데도 속내를 모르겠다. 이거 계산된건가. 그리고 특유의 하정우 연기톤 예고에선 작위적이던데 영화에선 거슬리지 않았다. 많이들 느낄텐데 원톤연기에도 그가 아직 덜 지루한건 대사칠때 호흡 그 밀고 당김을 자유자재로 쓸줄안다는거다.

#미술
칸영화제 미술상 거머쥔 크라스 답게 눈호강이 펼쳐진다. 돈쓴티나고 화려해서 좋았다. 로망같은 고서적 서재에 벚꽃나무, 각인물이 쓰는 서양식-일식-한국식의 혼재에는 미술이 영화 세계관을 짜는 구조적인 역할을했다. 어느정도는 오리엔탈리즘에 환장하는 서구인 입맛을 충족시켰던 부분도 있겠지만 하여간 고심의 흔적이 피부로 느껴지는 세계톱클래스 안목과 재능이다. 소품도 하나같이 맘에든다.

#청불
엄마랑 보려다가 엄마가 싫대서 혼자봤는데 봤으면 엄마랑 서먹해질뻔. 씬자체는 야하기보다 파격적이다. 색계봤을 때 충격이... 근데 개인적으로 1부정도가 좋았다. 2부는 흐름상 그러려니했는데 3부는 백작과의 비교 때문인지 넣었는데 이부분에서 남성적시각이 느껴졌는지도.

#의문
-히데코랑 코우즈키는 실내에서 장갑을 낌. 왜??
초반에 흰장갑끼던 히데코는 왜 후반엔 검정장갑을 끼는 건가 흑화한건가?
-백작은 진짜 히데코에게 마음이 있었던걸까? 처음에 계획 얘기했을 때만해도 믿지 않았는데 마자막에 아내일은 못말한다고 하는거보니 진짠가.

#아역
책읽기 시키는데 그림책 실제로 보여주고 뜻알고 하는걸까. 아이가 트라우마 생길텐데? 괜찮을까.

#박찬욱
작풍이 좀 변한거 같다. 이름 가리고 보면 박찬욱이라고 생각이 안들정도로 매끈한 이야기에 퀴어를 대중적소재와 작법으로 만든 솜씨가 나는 마음에든다. 특히 1부의 숙희의 감정변화가 우리가 여태껏 신물나게봐왔던 멋있는 남자주인공을 반전했다고 보면 더욱 흥미롭다. 진작볼걸.. 다음에도 칸느박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지. 영화에 밀도가 높고 에피소드가 많고 얽힌 서사가 많다보니 세세하게 기억이 잘 안난다. 일본어 항목에도 얘기할거 더 있었는데 다까먹음. 두번보라고 외치던데 정말 그렇더라.
미쟝센이 죽여줬다. 거울씬이나 부감씬 등등이 내가 칸느박이요라고 외치듯이 화려하고 연출적욕심이 보일수록 좋았다. 개인적으로 리듬감있는 빠른편집을 좋아하는데 그런편집을 했더라면 고요하던 리듬이 깨질 뿐인가 아니면 흡인력 더 좋아질지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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