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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Movie

[1987] 그 이상의 감동

by :선율 2018. 1. 4.
장준환감독의 [화이]를 극장에서 봤는데 그쯤 막 [변호인]이 막을 내리고 있던차였고 [화이]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그가 [1987]을 들고 나타났다. [지구를 지켜라!]와는 억만광년 떨어진 작품이다.


완성도는 훌륭
요즘 한국영화의 과거 작품들을 보면서도 비교가 되고 외국작품으로 봐도 한국영화의 발전을 느끼곤 하는데 이 영화는 한국영화의 현 위치가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화면 구도나 빛을 활용하거나 메타포적인 연출은 줄었지만 화면으로 담아내는 기술적 센스가 돋보인다. 부감샷과 성당 처마를 비추는 장면은 특정한 상황씬이 아닌데도 기억에 남는다. 특히나 마지막 엔딩씬이 연결되는걸 원테이크 카메라 워크로 한게 아주 드라마틱한 엔딩으로 장식시키는데 엔딩이 압권이었다.

1980년대 고증
그시절 기억은 없지만 피노키오 책상, 미도파 백화점, 선데이서울, 마이마이 등 직간접적으로 본 옛물건들이 나온다. 곁눈질로 잡히는 쇼케이스에 '난 느껴요 코카콜라'보고 당시 코카콜라 글로벌 캐치프레이즈를 여기서 볼줄은 몰랐다. 일단 의상부터가 [응답하라 1988]못지않게 그시절 촌스러움 최첨단이었다. 디테일에 신경썼다고 보이는 장면은 장면장면마다 보였는데 미도파 백화점 앞 거리가 완전 그시절 느낌이어서 어떻게 구현한거며 대규모 몹씬을 통제했을까했는데 다 세트장이었다고. 그외에도 남영동 건물과 신촌 대학교까지 세트를 지었다고하니 100억의 제작비의 참된 값어치를 느꼈다. 제작비값어치를 느낄 때마다 400억짜리 성냥팔이가 떠오른다.

여성캐릭터 연희
왜 등장인물에 유일한 여성캐릭터가 김태리밖에 없을까 하는 불만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사건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은폐조작하려는 사건이 주내용이라서 관계인물에 해당하는 실제 인물이 전부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여성운동권을 지웠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운동권 얘기가 아니다. 광장으로 나오는 장면은 한번뿐이고 시위대 장면도 배경적으로 한번 등장한다. 운동권의 모습은 양성이 전부 엑스트라다.  운동권 시위대 영화가 아니라, 박종철고문치사사건이 주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남성운동권도 안나오고 연세대는 나오고 이화여대 시위는 안나온다는 얘기는 실제 이한열 열사 모교가 연세대였으니까. 시위하는 분량자체가 얼마 없는데 이대 세트장을 만들어야할 제작비는 어떻게 감당할건가. 엑스트라 인건비는 차치하고서도. 운동권 소재면 수긍하겠지만 [1987]은 권력의 환관에 대한 전횡에서 소시민의 내적변화를 다룬 작품이고 대표성을 연희가 갖고있다.
 후반부 주인공은 연희를 중심으로 모든관객을 대표하기 때문에 수긍할 수 있었다. [택시운전사]의 김사복에 해당하는 역할을 줌으로써 힘을 실어줬다. 가장 입체적인 인물로 모두를 대변하는 진취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캐릭터여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택시운전사] 속에는 여성이 아예 배제되어있음에도 열렬한 성화를 얻으며 1200만을 달성한 양상과는 다르게 거센 질타를 보면서 꽤나 정치적인 보이콧으로 보인다. [군함도]를 보이콧하기 위해 여성캐릭터 전멸에도 침묵했고 영화관에서 막을 내린 후로도 논란은 제기되지 않았지만, [1987]은 여성캐릭터 수가 적다고 까이고 주인공으로서 입체적으로 각성한것도 남성캐릭터로 인해 깨우치는게 수동적인 여성으로 비판받는다.  여성캐릭터로인해 각성하는 남성캐릭터 그동안 수없이 많이 지적받아온 도구캐를 성별반전했더니, 남성캐릭터의 희생으로 각성하는것도 남성이 있어야만 각성하는 수동적인 여캐가 된꼴이다. 같은 설정을 여성으로 바꿨을 뿐인데 여성은 처음부터 혼자 알아서 깨우치는 완벽한 인물만이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오히려 모순적인 주장이다. 남성캐릭터의 변화와 발전은 비판없이 받아들이면서 여성캐릭터의 소양과 자질은 한없이 완벽에 가깝게 추구되어야하는 것인가는 양성에 대하는 방식이 차별적임을 역설한다. 일각의 주장은 여성캐릭터의 입지를 더욱 경색시킬 뿐인데 그게 주장의 의도와 본질은 정반대이기에 더욱 유감스럽다. 보지도 않고 비난하는사람까지 가세한점이 더욱 그렇다.
 [1987]은 기존의 남성주인공캐릭터에 몰빵했던 인간으로서의 성장을 연희에게 부여했고 하이라이트까지 주었다. 연희만큼 성장캐면서 입체적인 여성캐릭터야말로 여성기획물에서 견주어봐도 신경썼음이 엿보인다. [1987]은 벡델테스트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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