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TV/Movie

우타마루 [마더] 평론

by :선율 2020. 9. 15.

https://youtu.be/xQ0eKcqYT1o

50초부터


처참한 여고생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사건의 용의자가 된 아들과 아들의 무죄를 믿고 진범을 쫓는 어머니의 모습을 담은 서스펜스. 감독은 살인의 추억, 괴물 등으로 국제적인 평가를 얻은 봉준호. 주인공인 어머니를 국민배우 김혜자가, 그 아들을 인기배우 원빈이 연기합니다. 청취자 여러분께서 또 많은 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이번 주 메일의 양 많습니다! 뭐랄까..굉장히 대대적으로 개봉해서 크게 광고하고 있는 영화도 아니고, 영화적으로도 절대 대중적이다라고 할 수 없는 영화인데요, 메일의 양은 많은 것 같아요. 그리고 메일의 경향인데요. 절찬과 망설임. 걸작!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동시에 재미는 있는데 어디에 매력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이에 무언가가 껴 있는 듯 하다는 의견도 눈에 띕니다. 그 기분도 알아요. 자, 대표적인 의견 가 보죠.

마리오 시스터즈씨. 대학생, 19살. '저는 중2 때 플란다스의 개를 보고 엄청 웃은 뒤로 봉준호 작품 팬인데요' 좋네요. 굉장해요. '그의 장편은 거의 다 봤습니다.' 거의랄까..전부해서 4편이니까 간단하죠. '그리고 지금 현재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세계 수준의 감독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마더는요. 상영 중에 엉겁결에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어리둥절했던 게 대체 몇 번이나 있었는지요. 일부러 배경지식을 머리에 안 넣었기에, 전반에는 아, 어머니와의 감동드라마네..라고 얕보고 있던 중 봉준호 감독에게 몇번이고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이 억센 인간드라마의 기적은 그 엔터테인먼트성에 있습니다. 즉, 매우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민감한 화제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말 그대로 재미있습니다. 그러기에 보기 쉬워요.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 몇 번이나 있고, 빼어나게 잘 만들어진 서스펜스이기도 하면서, 게다가 전체를 생각해보면 중후한 인간드라마이기도 합니다. 이걸 기적이라고 부르지 않고 뭐라 하겠습니까? 확실히 말해 마더는 역사에 남는 대걸작입니다. 그리고 준호감독은 아직 마흔인데 이 영역에 도달했다는 사실. 앞으로 우리에게 몇 개의 걸작을 보여줄 것인지 기대를 멈출 수 없습니다.' 중2가 플란다스의 개를 보고 엄청 웃었다구요..꽤 장래가 밝네요.

그리고 제47호( )씨. '마더 보고 왔습니다. 감상은 한마디로 '뭐라 말 못하겠어!!!' 기타지마(수영선수. 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소감이 유행어가 됨)의 '암말도 못하겠어!!!'같은 풍이죠. '암말도 못하겠어'라고 해도 되잖아요. '재밌다, 재미없다, 보통, 바보같다 같이 작품의 평가와는 별개로 느낌이나 호불호는 어떤 영화라도 자연적으로 갖게 되는데요. 마더는 자신이 이 작품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조차 모른다는 신기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건 굉장하죠.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 예를들어 배우진의 연기나 이야기의 구심력, 인상에 남는 컷단위나 감독 특유의 유머, 갖가지 영화다운 연출 등 하나 하나는 훌륭하지만, 그 종합체인 영화 자체는, 좋았는데....왜 이렇게 힘이 빠지지... 내일 출근하기 싫다...라는 뒷맛이었습니다.' 그렇군요..

또 꽤 장문인데요. 사코미씨. 좀 발췌하자면요. '이것은 무슨 영화인가, 주제는 무엇인가..저 아직도 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하지만 확실히 재미있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왠지 저는 이 영화를 배우 김혜자라고 하는 괴물을 그린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타마루씨 말대로 이 영화는 평가가 어렵고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살인물, 모자이야기 여러 영화적 요소를 갖고 있으면서도 보는 쪽이 이미지를 고정하려고 하면 그 장르를 뛰어넘어 보는 쪽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여러가지 써 주셨는데, 재밌다고 여긴 점이요..'본 영화를 통해 봉준호 감독의 큰 특징 하나를 깨달았습니다. '만담은 인간의 업보를 긍정하는 것'이라는 다테카와 단시의 명언이 있는데요. 봉준호 작품도 또한 장르, 소재, 단면은 달라도 매번 인간의 업보를 긍정하는 것을 그려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등장인물 전부가 매력적이고 인간적이고 이기적으로 엇갈리며, 보통 사람이 한 명도 나오지 않고, 사실 계속해서 군상극을 숨어서 관찰하는 것 같다고 할까..거친 여배우의 업을 그리는 가벼운 이마무라 쇼헤이 같은 인상. 그런 잡스러움도 매력적이에요.' 이 '인간의 업보를 긍정한다'는 부분은 꽤 좋네요. 저도 납득이 되는 느낌이네요.

네! 이 마더. 저도 주사위 당첨됐을 때 말이죠. 심하게 심하게 싫어했어요. 왜냐면 힘에 겨워서요. 오늘은 평소 시네마허슬러랑 비교해서 가능하면 빨리 마무리하려 합니다. 팟하고 짠짠 이어서 확하고 도망가려구요. 뭐라고 할까요...진짜 곤란해요. 거물이네요. 거물이 왔네요. 영화관 가서 봤는데요. 제가 본 회에서는 꽤 많이 차있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반절 정도는 혹시 원빈 팬인지 소위 한류팬이어서 꽃미남을 보러 온 아줌마도 조금 있는 것 같았어요. 그 분들에게는 '뭐여 이게!!!!'가 되는 작품일 것 같네요. 그런 건 차치하고..그냥 세계 영화팬이 손꼽아 기다린 봉준호감독의 신작이라는 거죠. 그러니까 우선 봉준호 감독이라는 사람을 모르는 분은 반드시 이 이름을 기억해주세요. 그걸로 충분합니다. 봉준호!봉준호가 영화 만들면 다 보러 가는거야. 알았죠? 이것만 기억해두면 돼요.

현재 세계 톱클래스 영화감독 중 하나라고 해도 저는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최고 중 한 명이라고 봅니다. 아까도 나왔지만 아직 젊죠. 마흔 살. 저랑 동갑이네요. 원래는 한국영화아카데미라는..한국은 국책으로 영화를 만드는 인재를 20년 전부터 양성해왔는데, 그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으로...그런 것이 있어서 현재 한국영화가 수준이 높은 것과 연관이 있는 느낌도 드는데요. 그곳 출신으로 아직 젊은 마흔 살. 그냥 막말로, 완전 조잡한 말투로 하자면요. 뭐 좌우지간 이상한 영화를 찍는 사람입니다. 굉장히 잘 만든 이상한 영화를 찍는 사람. 이건 칭찬입니다. 아까도 나왔는데 2000년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 배두나씨도 나오는데요. 공기인형의 배두나씨도 나오는데...이걸로 세계적으로...세계적이랄까 우리들도 이름을 알게 되었는데요. 이게 정말 이상한 코미디면서 뭐랄까요 엇박 사회파 코미디라고 할까...뭐라고 해야할지 진짜 모르겠어요. 하여간 끝이 안 보이게 무서운 재능이 나와버렸구나..계속 폭소하면서 뭔가 엄청난 게 나왔구나 라고, 플란다스의 개를 당시에 보고 느꼈어요.

그렇다고 해도 플란다스의 개는요. 아무리 그래도 너무 이상한 영화여서 그랬는지 흥행은 실패했다고 하는데요. 그 다음인 2003년에 개봉한 살인의 추억이라는 두 번째 작품으로 모두가, 세계 영화팬이 흥분했다고 할까요. 봉준호 이걸로 단번에 세계 거장 무리에 들어가는..'이 자식 쩔어!!'라고..한국에서도 대박이 났구요. 실제 80년대 한국에서 있었던 미해결연쇄살인을 소재로 한, 정말 제대로 된 사회파서스펜스.. 이 살인의 추억 시점에서 저는 뭐 세계수준의 명작이라고 보는데요. 거의 완벽.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 참고로 저는 봉준호 영화를 추천할 때 우선 살인의 추억부터 보려무나 라고 추천합니다. 왜냐면요. 이번 마더를 포함한 다른 일련의 작품과 비교해서 그냥 마구 잘 만들어진 좋은 영화라 보기 쉬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살인의 추억부터 추천하니까요. 만약 앞으로 마더를 본다면, 갑자기 대처방안 없는 분이 보고 깜짝 놀라기 전에 살인의 추억부터 먼저 봐두는 것도 방법 같아요. 여하튼 굉장한 작품입니다. 이걸로 단번에 봉준호의 이름이 세계에 알려지게 됩니다.

이어지는 세 번째 작품이 2006년의 괴물. 한국영화사상 관객수 1위. 초대박난 작품. 일본에서는 조금 애매한 흥행순위였지만 그것도 왠지 이해가 가요. 물론 확실히 엄청 화려한 괴수패닉액션 이에요. 어마어마하게 화려한 영화니까요. 흥행하는 것도 이해는 가는데, 얼간이 가족의 엇박 코미디인 동시에 정치적 풍자극이기도 한..모든 면에서 괴수영화로서도, 엇박코미디 면에서도, 사회파풍자극 면에서도 그 모든 면에서 전부 높은 수준에 높은 긴장감인 채 끌고 가는....그런데 최종적으로 그 중 어느 것이다라고 정의할 수 없는 영역에 가버리는....이상한 영화였어요 진짜..뭐랄까 되게 불가사의하면서도 불쾌한 감칠맛이 있는....봉준호 영화 같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여운이 있다고 할까요. 괴물부터도 완전히 봉준호표를 확립했어요.

그래서 감상 후 바로 나온 말이 '우와 무지하게 재밌었고, 무지하게 잘 만들었는데 이~상한 영화다!!!' 이 말이 최고의 찬사예요. 알기 쉽게 분류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에요. 해피엔드 라든가 슬프다 라든가 눈물나, 웃겨 이렇게 분류하기 어려운 감정이 남는다고 할까요..참고로 봉준호만이 아니라 지금 퀄리티 좋은 현재 한국영화씬이라는 게 비교적 그렇게 관객의 감정을 어중간하게 한 채 끝나는 경우가 꽤 많은 것 같아요. 올해..그 영화도 훌륭했죠. 추격자도 그렇고, 이창동의 영화도 그렇고, 좋은놈나쁜놈이상한놈 조차도 그런 식이에요. 왠지 갈피를 못잡은 감정인채 끝나고 그 여운이 이상한 여운인 게 전혀 괜찮다는...대박난 오락영화들도 그런 점이 있으니까 뭔가 한국관객 영화적으로 성숙한건가 싶은데요.

어쨌든 봉준호감독은 뭐라 말 못할, 분류하기 어려운 감정이 남는 타입의 별난 영화를 찍는 사람이에요. 굉장히 완성도가 높지만 별나요. 그래서 이번 마더도 그 의미로 과거 통틀어 최강..최강의 강은 흉악의 흉이에요(쿄= 强,凶). 과거 통틀어 봉준호 영화답다고 말할 수 있어요. 봉준호영화적인 작품이네요. 우선 쭉쭉 끌어들이는 미스테리면서도, 또 완전 웃기는 코미디이고, 한국사회를 투영한 풍자극이기도 해요. 또 서스펜스이기도 하고...또 어느 집에서 탈출하는 씬 같은 게 있는데요. 그 부분은 거의 스펙타클한 면도 있어요. 일어나는 일은 되게 작은 일인데, 뭔가 엄청나게 스케일이 큰 서스펜스랄까 스펙터클한 연출이기도 하구요. 또 물론 어머니와 아들의 휴먼드라마이기도 하고..모든 면에서 아까도 말했다시피 수준이 높고 재밌어요. 재밌는데, 최종적으로는 아까 언급한 어느 장르도 아닌 곳으로 가요. 그래서 보고 난 후 와 쩐다. 틀림없이 쩔어....근데 어떻게 느끼라는 거여!!!!..........이런 거 보여주면 어떻게 느끼라는 거여!!!!라고......그런데 거기에 또 이 말이 최고의 찬사예요. 이런 기분이 들게 하는 영화는 아마 봉준호영화 뿐이죠. 그런 것 같은데요. 말로는 설명을 못한다고 할까..정말 순수한 영화적 감동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말로 옮기는 게 불가능하다고 할까 옮기려해도 옮길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이건 보고 그걸 느끼라고 할 수 밖에 없어요. 좌우간...가세요!! 네 끝~ㅋ 스포일러도 무서우니까 사실은 이걸로 끝내고 싶어요. 이제 알았잖아요. 어쨌든 가서 볼 가치는 반드시 있으니까요. 끝내고 싶지만 그건 안되니까 이 마더를 통해 봉준호 영화의 감상포인트 같은 걸..여길 보면 봉준호 영화의 재미를 잘 잡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것들을 몇 개 꺼내보면요..

우선, 공간을 자르는 방식, 그걸 영화적으로 보여주는 게 뛰어나다는 거죠. 매번 생각하는 건데 로케이션 정하는 게 항상 완벽하네요. 훌륭한 로케이션을 선택하고, 그 공간을 쪼개는 것도 뛰어나요. 세트도 포함해서요, 예를 들어 어머니가 약초를 자르는 작업장이 있어요. 그곳은 왠지 어두운 움막같은, 굉장히 폐쇄적인 공간이에요. 거기에서 어머니가 건너편의 도로를 보고 있어요. 그 도로의 바깥쪽에는 세상이 펼쳐져 있고, 그 펼쳐진 세상이란 게 무방비한 아들이 내팽개쳐진 세상이죠, 어머니의 관점에서는. 어머니는 어두운 공간에서 바깥에서 펼쳐지는 세상을 불안한 눈으로 보고 있어요. 이 배치 말이죠. 이 어두운 움막에서부터 옆으로 펼쳐지는 공간이 있다는 이 표현방식, 이 노련함..이 대조하는 노련함. 또는 그 다음에 나오는 골프장 씬 있죠. 골프카트가 굴러올 때도 좋고...여하튼 모든 인물, 모든 사물이 버릴 것 하나 없이, 흐르는듯이 그 움직임도 포함해서, 차례차례 순서대로 버릴 것 하나 없이 화면에 담기는 그 부분 보고 '우와...딱 떨어진다. 왜이렇게 잘하지?'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어요. 또 여고생이 살해당하는 집 건물 옥상에 어머니가 올라가요. 올라가니 확하고 경치가 펼쳐져서 그 전까지 보이지 않았던, 무대가 되는 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그 순간에 확하고 시야가 열려요. 그 곳에서 어머니라고 하는 개체, 세계가...뭐랄까 기댈 곳이 없다고 할까요. 이런 것도 노련해요. 확하고 시야를 여는 것으로 '아 이 곳에.....무언가가...'이런 뛰어난 표현방식이 있구요. 또 진상 같은 것이 밝혀지는 장면도 그렇죠. 이건 반대로 집 안에서부터 간접적으로 불투명유리를 넘어서 어렴풋이 보이는 진상....같은 거요. 이런 표현방식도 잘해요. 하나하나 공간 배치방식, 영화적 표현방식 뛰어나고. 진상 같은 것이 밝혀질 때의 미술도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 매번 봉준호 영화 보면서 감탄하는 부분인데요. 배우의 얼굴!!고르기의 적절함이에요. 물론 배우를 연출하는 노련함도 있지만 애초에 얼굴 고르는 것부터 완벽해요. 물론 주연급은 전원 대단해요. 김혜자씨도 훌륭하고, 원빈도 말이죠! 5년만의 복귀 첫 작품인데 이 역할을 고른다고 하는 건요. 기무타쿠가 5년만에 활동 재개해서 이 역할을 고르는 거랑 같아요. 이 배짱이죠. 게다가 배짱 뿐만 아니라 보신 분은 인상에 남아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어떻습니까? 휴대폰 딸각딸각 하는 부분!! 휴대폰 딸각딸각 하는 원빈!!휴대폰 딸각딸각 원빈!!!굉장했죠. 또 진태?무서운 형님있죠. 그 분은 나리미야 히로키를 조금 압축한 느낌인데 하리가네로쿠(개그맨)랑 닮은 얼굴인데요. 그 뭔가 짐승같은 몸놀림이나 향취가 나는 섹슈얼한 존재감이 있어요. 주역급은 모두 훌륭해요. 이건 당연한데요. 봉준호의 경우 뭐랄까 작은 보조역할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리얼리티와 필연성을 느끼게 하는 얼굴을 배열해요. 엄청 인상에 남는, 평범하면서 색다른 얼굴을 고르는 걸 되게 잘 해요. 예를 들어, 살해당한 여고생 역은 절묘하게 뭐라하지? 그죠? 절묘하게 뭐라하지 같은 느낌 아녜요?그리고 살해당한 여고생 친구, 얼굴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요. 그 절묘한 뭐라하지의 느낌. 그런 거나, 장례식에서 갑자기 일어서는 안경. 그 녀석 좋은 얼굴이죠!!그 '예?!당신 뭐야?'할 때 그 '예?????'하는 얼굴...죽이죠. 그 얼굴 보여주려고 준비된 씬이죠. 따귀누님도 좋았네요. 장례식 장면에서. 거기서 담배 펴가면서...즉 이름도 없달까 대사도 하나 없는 역도 딱 제대로 얼굴이 되어 있고..또 중요한 역으로 보면 마지막 엄마가 면회하는 인물도 그렇구요. 도준이라는 원빈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포함해서 일본이라면 우선 이렇게 생각하기 힘들다고 할까..부탁하기 힘든 설정인데요. 하지만 그 얼굴이 가지는 필연성이랄까 설득력이랄까 리얼리티랄까 대단한 부분이죠. 봉준호의 얼굴 고르기. 이 부분에도 주목해주세요.

그리고 또 음향! 혹은 음악의 쓰임 같은 것도 독특한 센스고 재밌네요. 괴물에 이어서 이번에 이병우라는 분이 음악감독인데요. 아까도 이 음악 좋다고 했는데, 그 묘하게 애수가 있는데, 조금 묘하게 얼빠진, 조금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그 음악이 더욱 봉준호 영화의 이 기묘한 맛을 증폭하고 있다고 봐요. 괴물 이후 더욱더 노련해진 느낌도 들어요. 예를 들어 음향 사용으로 보면, 미세한 부분인데요. 오프닝에 초원 같은 곳을 어머니가 걸어 가죠. 그리고 여러분도 굉장히 인상에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춤을 추잖아요. 그 춤이 시작되기 조금 전에, 공간적으로는 되게 트여있는 초원. 조금 기분 좋은 듯한 느낌인데요. 거기에 살짝 파리가 나는 소리가 겹쳐져요. 거기서 앞으로 시작될 죽음의 이야기랄까, 불길한 예감을 제대로 불러일으키는 이런 연출. 참고로 이 오프닝.. 기분 좋은 광경인데 파리소리가 겹쳐지는 걸로 인해 사실 이 공간이 죽음과 폭력으로 가득 찰 거라는 예감을 느끼게 하는 건 아포칼립토의 오프닝에서도 그래요. 정글이 생명력이 넘쳐 보이지만 '붕~' 사실 이곳은 죽음으로 가득차 있다라는..이것도 제가 좋아하는 음향 연출입니다.

그리고 어둠을 쓰는 방식의 노련함이랄까요. 검은 분위기, 그늘이랄까..어둠을 활용하는 노련함. 이 영화는 상당히 어두운 장면이 특히 많아요. 어둠을 많이 써요. 그러니 이거 부디 영화관이 아니면 아마 알 수 없는 부분이라고 보니까...그 골목길이에요! 그 골목길 저편 입니다!!!같은.. 그 부분은 역시 일본의 공포영화 같은 표현도 엄청 연구했을 거예요, 봉준호씨는. 훌륭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또 한국인이라는 국민성이라고 할까요. 한국인 같은 것에 대해 늘 객관적인 시점이에요. 객관적으로 그걸 비웃는 시선 같은 게 반드시 있어요. 매번 날라차기 같은 게 들어있다든지, 괴물에서 보면 장례식에서 엄청 오열하는 장면이라든지.. 이 영화에선 마지막 아줌마 관광버스 같은 것도요. 그런 것들을 객관화한 게 꼭 들어 있는 점이요.

또 역시 바로 이 부분이 그를 거장으로 만드는 거라고 보는데, 꼬고 꼬았는데도, 진짜 비틀고 비틀었는데도 정말 버릴 게 없다는 것. 그런데도 관객이 상상할 여지도 충분히 남겨두는, 굉장히 고도의 스토리텔링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얼핏 감으로 연출하는 것처럼 보이는 타입이라고 생각해요. 별 생각없이 한 거라고. 물론 찍을 때는 별 생각 없을지 몰라도, 그걸 구성할 때 아마 엄청 치밀하게 하고 있다고 봐요. 저 두 번 보고 다시금, 모든 면에 있어서 연출이나 화면구성이나 단 하나도 버릴 게 없어요. 전부 어떤 이야기적인 효과를 갖고 살려두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돼요. 예를 들어 진짜 조그만 거예요. 처음에 도준이 골프장 소동으로 경찰에 붙잡혔는데, 그곳에 어머니가 찾아와요. 근데 약속한 것처럼 살짝 영양드링크를 놓고 가는..그 자체로는 이상해요. 아들 시중드는 어머니라는 걸 나타내면서도 그것만으로는 이상하다 싶은데 그거 나중에 이야기로 살려놓죠. 그리고 경찰과도 그런대로 아는 사이라는 것도 보면 알겠고... 평범한 화면 구성 하나만 봐도 정말 버릴 게 없어요. 그렇게 논리적으로 만들어놨는데도 그 다음부터가 말이죠. 이건 이렇고 이래서 이렇다 라는 걸 모두 알겠는데도 불구하고 그 다음의 의미는..역시 관객에게 맡기는...그런 부분은 정말 수준이 높죠.

이 영화는 특히 해석이 계속 나와요. 끝난 후에 그것은 그런 거 아니냐 이건 이런 거 아니냐 라고 해석이 나오는 타입의 영화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도준..원빈은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가..라든지 이 부분은 해석이 갈리는 부분이죠. 스포일러 하는 게 무섭기 때문에 말을 못하지만요. 개인적 생각, 포인트만 말씀드리면요. 어머니가..김혜자씨가 철저하게 이성을 잃는 부분. 꺄악!!!!!하고 이성을 잃는 부분이 제가 센 걸로는 세 번인데요. 그 세 번 모두 자신이 모르는 도준, 자신이 모르는 아들의 얼굴을 인식해버린 순간에 어머니가 가장 이성을 잃어버려요. 그 가장 이성을 잃는 부분이 한계에 부딪힌 결과 그런 마지막이 된다고 보니까요....거기부터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요. 그런 게 제 시각입니다. 이유가 어떻더라도 그 엔딩. 어마어마한 엔딩이라는 건 의견 일치이지 않을까요. 말도 안되는 엔딩이에요. 얘기가 다른 데로 새는데, 제 인생 베스트 영화 대보라고 했을 때 그 때마다 여러가지 순위가 있을 거라고 보는데, 베스트 10에 반드시 넣는 게 루이스 브뉘엘감독의 이상한 정열이라는 영화가 있는데요. 이 이상한 정열의 마지막이 저는 궁극적으로 무서운 마지막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전율을 느낄만한..사람을 그냥 지그재그로 걷게한 것 뿐인데요. 정말 등골이 얼어 붙는, 정말 영화씬에 길이 남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마더의 마지막...그 버스 안에서 무음 상태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하는, 그 순간의 전율! 그리고 역광과 흔들리는 카메라로 찍은 그 광경. 그건요 제 기준으로 꽤..루이스 브뉘엘의 그 마지막 장면에 필적할만한 급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정말 우와!!!!하고 전신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흥분했었어요. 그게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이에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순수한 영화적 흥분이랄까 전율이랄까...그래서 제 기준으로 봉준호는 마침내 정말 영화씬에 길이 남는 레벨에 돌입 중인 거 아닌가해요. 거장 거장 이라고 하는데요. 연간 베스트 뭐 이런 레벨도 아니지 않아?할 정도로...어쩌면 이게 과장이 아닐 수도 있다고 할 정도로..저 이번 작품은요. 전율했습니다. 봉준호 어디까지 가는 거야???!!!! 마흔인데. 그리고 저 살아있는 동안에는 이 봉준호의 신작을 꽤 많이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심 기쁩니다. 20몇분 안에 전혀 무언가를 전했다거나 얘기했다거나 하는 생각이 안 들어요. 즉 평론으로써는 완전 패배지만 이건 기쁜 패배입니다. 당연하죠. 이길 리가 없어요. 그러니 이러쿵저러쿵 말하기보다...물론 이거 호불호 갈리는 영화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물의를 일으키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단지 가당치도 않은...말도 안되는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그 말이 안되는 무언가를 일단 접한다는 생각으로, 꼭 지금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이 마더를 가서 보시길 바랍니다. 이거 영화관에서 보세요.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거 어둠 표현이 굉장하니까 DVD로 니네 집 시원찮은 TV로 봐도 모르니까 꼭 영화관에 가세요! 추천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