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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Movie

정체불명 은어 '개싸라기 흥행' 유래

by :선율 2016. 8. 9.

요즘 영화업계 은어를 거르지 않고 기사에 무분별하게 싣고 있다. 그러나 국어사전에도 누구나 작성가능한 오픈국어사전에도 심지어 아무나 막써대는 위키따위에도 등재되지 않은 말이다. 어감이 싸라기(부스러진 쌀알)를 연상케해 막연히 우리말 어원인줄 알았더니 뜻밖에 일본어였다.

구글링을 통해 확인가능한 가장 오래된 기사는 2001년

경향일보

에서, 지금의 '개싸라기'가 아닌 '개싸가리'로 일컬으며 일본어 유래라고 소개하고 있다. 근데 기사내용중 けっさがり는 '개싸가리' 발음 그대로 일본어로 쓴것일뿐 일본어 사전엔 없는 말이다. 다만 기사에서 언급한 '끝에서 올라가다'라는 의미에 있는말은 있다. 바로 시리아가리(尻上がり・しりあがり).
일본어는 한자를 읽는법이 훈독과 음독으로 나뉜다. 음독은 한자음을 읽는거고 훈독은 의미를 읽는건데, 예를들어 한국어는 赤을 '적'이라고 음독으로만 읽는데, 일본어는 '붉음'이나 '빨강'으로도 읽는것이다.

는 훈독으론 '시리'라읽고 음독으론 '코우'다. 그런데 또다른 尻의 훈독인 '케츠'로 잘못 발음한 케츠아가리가 퍼져서 케츠아가리>개싸가리로 정착되었다는

가정

이다. 이후 '개싸가지'와의 혼동 회피 내지는 욕같은 어감, 좀 더 우리말스러워 보이는 '개싸라기'로 변형된 듯. 요컨대 누군가 첫단추를 잘못끼운 일본어 수입표현이 구전으로 확산되면서 케츠아가리>개싸가리>개싸라기순으로 발음변화했을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시리아가리=사카아가리=철봉오르기 처럼 밑에 있는 것이 위로 오를때 쓰는말


한편, '사카아가리'(逆上がり)역시 철봉을 거꾸로 오르는것을 의미하며 '시리아가리'와 동의어다. 발음상 샄아가리>개싸가리로 변형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시리아가리'는 상태가 갈수록 좋아짐(호조를 보이다)을 의미하며 폭넓게 쓰이는 일본어 표현이지만 그중에서도 연예계 은어로써 흥행과 관련해서 처음엔 손님이 적었지만 시간이 지나 성적이 좋아짐을 뜻한다.

(일본어사전)

尻 (꽁무니:고)는 일본어로 엉덩이를 의미한다. 직역하면 엉덩이가 위로간다는 말이 관용적 표현으로 어떻게 갈수록 좋아짐을 의미할까. 한국어는 바닥이나 끝을 발바닥에 비유하고 일본어는 뒤쪽이라는 뜻까지 포함하여 엉덩이에 비유한다. 엉덩이를 위로하여 오르는 철봉 거꾸로 오르기도 아주 힘든일이다. 처음에 저조했던 성적을 끌어올리기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일본 연예계에서는 처음보다 성적이 상승하여 뒤에서 치고 올라온다는 의미이고, 야구계에서는 (선수가) 점점더 발동이 걸린다(잘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우리말로는 '뒷심을 보인다','뒷심을 발휘하다'라는 표현이 있다. 굳이 정체불명의 일본어 은어 '개싸라기 흥행'을 쓰기보다 '뒷심 흥행'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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