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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Movie

다아는 비극을 새롭게 세련되게 아프지않게 그려낸 [동주] (N차팁)

by :선율 2016. 2. 25.
슬프고 암울한 시대역사, 모두가 아는 비극을 극장에서 마주할 자신있을까. 게다가 작은회사 배급에 영화관은 상영 스케쥴조차 박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호평에 반신반의하며 극장을 찾았다. 과연 관객은 옳았다.


아프지 않다 다만 울림이 있다

극장에서 절대보지 않는게 한국식 코미디, 최루성 영화, 신파다. 특히 '이거보세요. 우리 비련의 주인공이 가엾죠? 슬프죠? 이래도 안울래?'처럼 슬픈상황주고 감정쏟아내면서 감정과잉 일변도 딱질색인데 깔끔하고 담백하다. 신파도없었고, 고문같이 자극적인 장면도 없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도 상황의 맥락에서 감정선을 읽을 수 읽었고 그것으로 관객이 생각하고 느끼기에 충분했다.
처음으로 극장에서 주룩주룩 눈물을 흘렸다. 담담하게 보는 사람도 많은데 훌쩍이면 민폐일까 호흡을 참기도했다. 이미 최후를 알고있었기에 그랬을까, 동주에 감정이입이 되어 눈물샘이 제어가 잘 되지 않았다.



캐릭터 구축의 신선함

'윤동주님은 이만큼 위대합니다'가 아니라 윤동주라는 청년의 이야기로 조명했던게 흥미로웠다. 대개 교과서에는 뛰어난 업적이나 재능을 가진 인물이 등장하기에 책속의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기엔 벅찬일이다. 열등감과 고뇌, 우정, 의리란 맥락을 주면서 한 개인의 나약함과 부끄러움이란 복합적인 인물로 묘사해 스크린밖 현재의 나와 동질감이 느껴져 감정이입이 많이 됐다.
오히려 여타 영화였다면 주인공이었을 두뇌명석 다재다능, 주변인을 뒤로하고 앞장서서 정의를 외치는 불꽃같은 남자는 몽규였다. 여진의 순수함, 쿠미의 진심, 릿쿄 교수의 은혜-다카마츠 교수는 실존인물- 등 일본 순사역을 제외하고 일본인=나쁜놈으로 흑백논리로 캐릭터를 가르지 않았다. 일본순사도 선과악으로 대비하여 동주와 몽규의 정의로움을 강조하는 도구캐릭터라기 보다 제국주의와 침략의 속내를 표상하는 화신같았다.



언어적 대비

극은 몽규와 동주의 대비를 곳곳에서 그린다. 성격적으로도 결단력있고 호쾌하고 명석하기까지한 몽규는 동적이라면, 유연하고 감성적인 동주는 정적이다.
후에 교차 편집으로 둘의 대비를 각인시키지만 또하나는 사투리. 동주는 북간도에서 연전으로 진학한 후로는 갑자기 급 서울말을 쓴다. 이는 강하늘이 의도한것으로 쭉 사투리를 쓸경우 표준어 나레이션이 이질적이게 느껴져서라고. 극중에서 동주는 시골에선 북간도사투리-서울에선 서울말-일본에선 일본어를 썼고 흥분할때 튀어나오는 사투리란 설정도 현실적이었다. 그에 반해 몽규는 늘 사투리 그대로. 순수성을 잃지 않고 심지 굳은 몽규와 환경에 적응하면서도 신음했던 동주의 대비가 두드러졌다. 그리고 일본어 취조장면에서 동주는 와타시(저)를, 몽규는 오레(나)를 쓴 디테일도. 첨언하자면 남자가 쓰는 1인칭은 크게 세가지. 와타시는 성별불문 굉장히 겸손한 뉘양스의 '나'로 대개 '저'로 번역, 보쿠는 일반적인 '나', 오레는 윗사람이나 사람들앞에서 칭하기엔 오만해보일 수 있는데 굳이 번역하자면 '본인'이나 가볍게 '나님'같은? 형사 앞에서도 당당한 몽규의 성격이 드러나는 부분.


흑백인듯 흑백아닌 세련된 영상미

나의 첫 흑백영화다. 가끔 자료화면으로 흑백화면이 나올때 경기를 일으킬정도로 싫어하고 흑백영화인걸 알핬을때 요즘시대에??? 하며 절레절레. 예매하고서도 다른것보다 가장 신경쓰였던게 흑백에 적응할수 있을까가 걱정이었다. 막상 흑백처럼 느껴지지 않을만큼 몰입감이 좋았다. 아예 그레이스케일로 한건 아니고 흑백인데 흑백이 아니다. 창살있는 창가에서 별이 쏟아지는 하늘로 퍼져가는 장면은 서정성과 낭만스러움이 묻어났다. 흑백영화에서 영상미가 반짝반짝. 어쩐지 근대문학소설을 영상으로 옮긴듯한 인상을 받았다.



이준익의 재발견이자 이준익의 자신감

은퇴 번복을 축하합니다. 왕의남자 이후로 좋았던 작품이고, 윤동주 시인의 작품이라서가 아니라 픽션이었대도 작품의 얼개와 서사 그리고 대비가 좋았음. 게다가 19회차에 찍었다는게 믿겨지지않는 퀄리티. 5억이 아니라 50억이었으면 얼마나 더 잘했을까 싶었다. 재능있는 감독이 돈되는 영화 좇는게 아니라 뜻깊은 영화 만드는게 쉽지 않은데, 좋은뜻 좋은작품을 만나 기쁘다. 의미과 여운 깊이 다 잡은 작품은 그의 내공이 8할이었다.


연기

강하늘 - 머뭇머뭇하는 제스쳐가 많이 거슬렸다. 여진에게 반하는 장면도 속내를 잘 꺼내놓지 않는 성격에 비해 과장되게 느껴졌다. 그것 빼곤 전반적으로 좋았다. 형무소가고서 딱봐도 헬슥해진 모습. 감미로운 시낭독.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는 그가 일본이나 한류 의식했다면 선택안했을텐데 그래서 더 예뻐보였다. 일본어도 기대안했는데 기대치보다 잘해서 연습 좀한게 보였음.
박정민 - 워낙 송몽규 선생님이 대단하고 멋지고 훌륭한 분이어서 후광효과가 있지만 유학생규합 장면 대사칠땐 잘생기고 멋져보였다. "민족을 억압할때!" 명장면임!!! 일본어연기는 어쩔수 없고 사투리 연기 아주 좋았다. 사인하면서 눈물흘릴때 나도 울었다. 배역에 부응한 느낌. 열심히 잘한게 티남.
신윤주 - 다들 연기해는데 혼자 연기하지 않는 느낌이라 누가 발연기라하는데. 익숙한 연기톤이 아니라고 해서 혼내는거라 생각한다. 목소리톤이 디즈니 애니 목소리같다. 다듬으면 더 좋을거 같고 호흡이나 지문처리같은건 배우면 좋아질듯.
최희서 - 허구의 인물로 이어지거나 하진 않지만 나에게 여주는 너예요. 여자의 순정... 표정연기가 좋았고, 일본어가 네이티브라 깜짝놀람. 크레딧에 일본인인가 확인 했을정도. 알고보니 일본에서 살았다지만 일본인 특유의 사근사근한 말투며 대사치는것도 자연스러워서 일본에 발연기 배우들 쎄고 쎘는데 걔네보다 얘가 훨 잘함. 그녀에 이입하면서봄.
김인식 - 교포이심. 허준호 아저씨 생각남. 집요하고 전형적인캐릭터라 한계가 큰 배역인데 물쏟으니까 휴지로 닦고 손닦는 결벽설정 좋았음.
이름모를 순사- 교련 참석안했다고 제국주의가 중요한가 말하는데 카리스마와 위압감. 일본어 네이티브발음이라 몰입감 더 쩔었음.


경고
설있음



N차 찍을때 눈여겨 볼 것들

☞첫장면에 내놓은 꾸러미 마지막에 연결됨. 후에 몽규도 다른방에 있는거 알고 경악하는데 그전까지 몽규와의 연결고리 취조에 기운없고 약간 왜묻지싶게 어안벙벙한데 창문대화후 그는 기차타고 갔고, 잡혀온 이유를 꾸러미라고 생각했기 때문.
☞몽규 신춘문예 당선 됐을때 막 좋아하지 못하는 동주 감정연기, 입은 웃는데 눈썹 찡긋하는 동주
☞동주는 연전때부터 서울말. 시에대해 반박할때 표투리쓰다 완전 사투리씀. 근데 고향돌아와서 가족들이랑은 사투리.
☞시 낭독할때 은은한 bgm깔리며 서정적인 분위기에 맑은 느낌의 나레이션인데 자화상,참회록, 쉽게 쓰여진시 때는 분위기 확다름.
☞취조할때 형사 의상이 똑같은거 아님. 쉽게 쓰여진시 할때 강하늘 표정, 형사표정도 처음과는 다름.
☞기차씬 연기자들 몸흔들어 표현
☞원고쓰는씬 강하늘이 윤동주 시인 필체 연습해서 직접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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