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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V/Movie

멜로지존을 뛰어넘은 손예진의 증명 [덕혜옹주]

by :선율 2016. 9. 1.
 좋아하는 손예진과 박해일 믿고 봤는데 연기력을 진하게 우려냈다. 박해일의 안정된 톤과 목소리가 나레이션이 몰입하기 편했고 그의 반듯한 이미지에 어울리는 배역이었다. 게다가 [은교]때 영화관에서 관람해 뜨악해마지 않았던 반면 이번 노역 연기는 훨씬더 자연스러웠고 과장되지 않았으며 노련했다.
 손예진 멜로하던 감정연기하던 가락이 있어서 그런지 인물에 집중하다보니 연애감정뿐 아니라 복합감정을 탁월하게 그린다. 복순이랑 헤어질때 빨간눈으로 울고 입국심사에서 보여줬던 감정의 스펙트럼이란 감히 그녀를 30대배우 원톱으로 칭해도 손색이 없을 거 같다. 노역연기는 배우로서 예쁘고싶은 욕구에 반하는 시도임에도 꽤 잘소화해냈다. 일단 분장이 늙었다고 큰 주름 붙이는거보다 검버섯이랑 잔주름 세세한게 훨씬 현실적이었고 노인이 되었을때의 행동이나 말을 과장되지 않는 선에서 나이를 표현해내 [해어화]에서 웃음을 줬던 한효주의 할머니연기랑 비교되게 잘했다.

마지막에 실제 사진이랑 영화인물이랑 붙여놓은 쿠키영상 흐를 때 다들 훌쩍임. 사람들 꽤있었는데도 조용히 집중하면서 봤는데 혼자 집에서 봤다면 이정도 몰입감과 여운을 주지 못했을거 같다.

크레딧에 일본인확인한다는게 깜빡하고 눈물콧물로 범벅된 얼굴 씻으려고 1등으로 나와서 놓치고 말았는데, 일본어는 조선인은 일본어 다 하긴하지만 발음이 서투른 부분도 있는데 적어도 [암살] 때 주연진보단 능숙함. 이방자 여사나 간호사 발음이 좋아서 일본인 아닌가 했는데 확인을 못함. 감수 잘해서 존경어 구사라든가 훌륭했고 억양지도 잘했음. 김재욱은 노역분장을 하고 지 딸이랑 부인 얘길하는데 현대 억양과 현재 자기나이의 톤으로 브리핑하는듯한 말투에 웃음이 났다.

허진호 감독 영화는 지루하고 진부한 느낌이었는데 이름 떼고 봤으면 전혀 모를듯. 일단 실제 인물의 일대기를 모티브로 해서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고 에피소드를 연결하는 병렬적 구조를 띄는데 물론 극적인 절정플롯은 있지만 쥐어짜듯이 감정 호소를 한다든가 이런건 없는 편이라 담담한데도 관객스스로 여운을 느끼게하는 조절이 좋았다. 장면전환이나 이목을 끄는데 꽤나 몰입도 있었고 시나리오를 5명이 머리맞대고 짜서 그런지 플롯이 병렬적인데도 지루함없이 서사를 이끌어갔다. 마지막 장면은 [마지막 황제]를 연상케 했다. 첫장면이 보통 시대를 다루거나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올라가 사진으로 정지시켜 끝내는 엔딩클리쉐를 뒤집어 시작하는것도 마음에 들었다.

왕실사람들 무능하게 나오고 실제로 독립활동 권유에 뜻뜨미지근했던 영친왕의 행보나 조선황실일가에 노력을 기울였던 이방자 여사. 상해 임시정부에서 정통성 강화 측면에 실제 망명을 계획해 납치할 계획을 세웠던건 사실이다. 일본에서 독립운동을 주도한 이우왕자와 일본에 귀속해 자기 안위에 급급하기만 했던 이건왕자의 대비.
상당히 객관적이려고 노력했음. 털끝하나 픽션도 용납치 않은 황실미화에 대한 일부 유난스런 결벽은 오프닝에 '창작'이란 안내 문구를 무색케한다. 한글학교 설립/연설/미친 시점이 창작이고 그 밖에 인물들 외양이며 실제 사례들을 상당 차용했다. 창작된부분은 극적 감동을 더하기 위한 장치로써 독립운동에 열성 참여라기 보단 작은 바람처럼 그려지고, 연설에서는 자기가 어떻게든 해준다는게 아니고 그냥 '희망을 가지세요'가 전부. 솔직히 연설장면에서 꾀죄죄한 노동자들이 불쌍해서 그앞에서 희망타령하는 옹주보고 한심했다. 김장한은 독립운동을 제의하지만 공주 이전에 엄마딸이라며 엄마 찾는 모습만을 보면서 정치와 당시 정세에 그녀가 취했던 방관자적시선을 보였다. 미친시점도 이미 결혼당시에 조현병 끼가 있었는데 극적 상황을 극대화하기 위해 광복 후로 미뤘다. 한택수가 명백한 악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덕혜옹주가 나아보일 뿐. 영화내에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60년대에 하네다 공항에서 자동문으로 나오는 김장한을 두고 몰입이 깨졌다는 평을 봤는데, 한 다큐에서 한국 야구선수가 열악한 시대에 투지로 싸웠다는 일화로 한일전을 위해 일본에 갔더니 자동문을 보고 컬쳐쇼크를 받았다는 얘길 굉장히 인상깊게 들었는데 일본은 한국전쟁 특수로 태평양전쟁을 복구하고도 남을 부흥을 누렸다. 자동문의 경우 1926년 지하철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50년대에 이미 신축건물에 쓰기 시작했다는 사실.(일본위키) 참고로 컬러 tv도 한국은 1980년부터 개시했지만 무려 20년전에 일본은 60년부터다. 철저히 한국 위주의 기술지체했던 시대상에 입각한 인식오류일 뿐, 일본의 기술적 시대상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망국의 옹주와 대마도 당주 집인데 나중에 장한이 찾아가고 소 타케유키집이 소박한 집인건 수긍. 신적강화와 재산 없던 상태였으니. 근데 남의 집에 와서 행패부린건 이해가 안됨. 또 정혜랑 있을때 밥차려주는 옹주는 더 말이안됨. 당연히 하인 있었음.

손예진이 했던 조현병연기, 누가 공주님의 아름다움과 세월의 굴곡 그리고 실성한 캐릭터를  소화해낼 수 있을까. 예쁜 외모보다도 갈수록 깊어지는 연기가 과연 아름다운 배우였다. 쉽지 않은 연기를 그 이상으로 해내는걸 보면서 혼신을 담은 연기라는게 전해졌다. 그녀가 있어 충무로가 든든해할 값진 보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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