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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매력?

by :선율 2017. 7. 12.


Q 이혼 후 신중하게 선택한 첫 영화가 홍상수의 <해변의여인>이었다. 대중이 쌓아올린 고현정의 고상하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하나하나 깨부수기에 가장 효과적인 선택이었던 셈인데한편으로 난 이런 생각을 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이후 진저리가 나서는 더 이상 보기 싫었던 홍상수 영화에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건 다름 아닌 고현정이라는 새로운 페르소나였다고.                
    
A 재미있는 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아마 홍상수 감독 페이스에 말려들지 않은 배우는 저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어요. 예컨대 저는감독님한테, 나한테 술 먹이지 마라, 술은 회식 자리에서 내가 알아서 먹는다. 대신 연기할 때 원하는 게 있으면 애기를 해라.나 할 수 있다. 그러니 이상한 현학적인 말로 나를 헷갈리게 하지 말아라, 나 그런 말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 다 안다.했어요.(웃음)                

Q 와, 재밌다. 그러니까 <해변의 여인>에서 문숙이 등장하자마자 친 대사, “왜 지랄이야?”는 아마도 고현정 자신에게서 나온 대사였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A 그랬죠. 그걸 잘라버리고 싶어, 뭐 이런 대사까지 다 제가 한거죠. (웃음)            

Q 그럼 이건 어떤가? 1백년 영화 역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가 바로 문숙이가 한 대사였다. “그래서 지옥이 지루한거야.”          

A 그것도 제가 한 거죠. 순간순간 지옥이 있잖아요. 특히 지옥 같은 애들 볼때.... 확 태양을 비추어서 그 사람을 들여다보면 다 똑같으니까. 다 까. 뭐 있어? 하는 거죠.        

Q 나는 홍상수감독이 이후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고현정을 만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생각한다. 그 영화에 등장하는 고현정 배역은 홍상수 영화에서 유일하게 지식인 수컷들을 가지고 놀 수 있을 만큼 성숙하고 자유로운연자였다. 그 여자가 원하는 ‘무릎 꿇을 수 있는 남자’ 역시 당신에게 나온 말 아닌가?        

A 그랬어요. 술 마실 때 감독님이 어떤 남자가 좋냐 하시기에, 남들 앞에서도 무릎을 꿇을 수 있는 남자가 좋다 했죠. 제 엑스가 바로 그런 남자였어요. 재력은 물론 유머까지도. 그 사람 때문에 사물이나 현상을 새롭게 보는 법을 배웠던 것 같아요. 예컨대,컵이 이렇게 있으면, 저는 늘 이렇게 잡아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 남자가 저한테 알려준 게 이걸 돌려서 편한 대로 잡아, 라는거였으니까.        
  
Q 재밌다. 사실 고현정과의 대화, 혹은 인터뷰가 흥미로운 건 어디서 읽어봤거나 들어본 얘기가 아니라 진짜 자기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A 제가 결혼생활 중에 깨달은 게 있어요. 아, 거짓말은 매끄럽게 잘 들리는구나. 알겠는 거 있잖아요. 딱 들었을 때, 그냥 “아,그렇죠 예, 예~.” 하는 한 점의 의문이 안 생기는 그런 순간이 있는데, 그건 나중에 보니 막이 들어가 있는 거였어요. 그런데누가 진짜 자기 생각을 얘기하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면서 재밌어지고. 그래서 저도 어느 순간부터 정리는 안 돼있지만, 제 생각을 얘기해야 된다, 라는 걸 알게 된 거지요.          
/고현정이 영화 [해변의 여인] 당시 인터뷰 정재승·진중권의 2012년 발간 '크로스2'


홍상수 감독은 어땠을까? 한 기자의 ‘국민 정서’라는 단어에 불편함을 느낀 것 같았다. “글쎄요. 일반 국민이란 표현 자체를 조심스럽게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보도를 보고 있고, 실시간 검색어도 많이 찾아봤습니다. (불편해하는 분들은) ‘일반 국민’이기보단 ‘어떤 분들’이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사람들마다 처지나 성격 때문에 사안에 대한 의견이 다 다르잖아요. 제 주위나 김민희 씨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전혀 다르니까요. 서로 다른 사람들이니 사안에 대해 전혀 다른 의견과 태도를 갖는 듯합니다. 제가 동의할 순 없어도 (그런 반응이) 제게 구체적으로 피해를 준다거나 법에 저촉되는 게 아니면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남들에게 그런 대우를 받고 싶습니다.” 홍상수

“할 일이 없잖아요. 불륜이니까. 지들은 그렇게 잔인한 짓 하면서 지들끼리 좋아하는 걸 불륜이래.”(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vs  유부남 감독과 사귀었다는 이유로 ‘영희’를 비난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하며 지인들끼리 나누는 대사. 홍상수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우리의 사랑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불법이 아니라면 존중받고 싶다”라고 말했다.
/우먼센스 2017년 4월호

극소수의 불륜옹호자 주변인을 예를 들며 피장파장하고 있다. 간통죄가 없어져서 불륜이 불법이 아닌줄 알고 불법 아니니 니 의견 존중할테니 내 불륜도 존중해달라를 돌려말하는데 할아버지, 불륜 여전히 불법맞습니다. 다만 형법상 간통죄가 폐지돼 감옥을 안갈 뿐 엄연한 민법상 불법행위. 그래서 불륜으로 인한 이혼청구가 안되고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대상임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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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특유의 권위주의와 가진 자(돈과 명성 기타)의 특권을 서구식 리버럴로 위장하는 허위의식이 느껴졌던 것이다. 그 세계에서 직접 실상을 접하는 고현정은 대단한 솔직함(?)으로 그걸 직접 까발렸던 것 같다. 홍상수의 작품 세계를 찬양하는 글들 읽으면 과거 소칼의 지적 사기 사건이 자꾸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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