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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수난시대의 도래

by :선율 2024. 3. 27.


감독 수난시대의 도래
입력2012.10.16. 오전 8:33  수정2013.05.23. 오후 6:00


- 한국영화감독조합 소속 권칠인, 한지승, 정윤철, 김철한 감독 좌담: 이명세, 박신우 감독의 하차와 임순례 감독 사태에 대하여 -



<씨네21>_최근 5개월 동안 3명의 감독이 촬영 중 하차하거나(<미스터 K>의 이명세 감독, <동창생>의 박신우 감독), 하차했다가 현장에 복귀했다(<남쪽으로 튀어>의 임순례 감독).

권칠인_ 과거에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짧은 시간 동안 비슷한 사태가 연달아 터졌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감독뿐만 아니라 투자사는 투자사대로, 제작사는 제작사대로, 스탭은 스탭대로 피해가 크다. 얼마 전 <남쪽으로 튀어>에 참여한 스탭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세명의 감독(제작자, 감독, 배우)이 현장을 지휘하니 정말 죽을 맛이라더라. 영화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한지승_예전부터 제작 시스템이 건강하지 못해 언젠가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예상은 했었다. 그게 결과로 나온 것 같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태의 대상이 기성감독이라는 점에서 당혹스러웠다. 신인감독의 무기력과 의욕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정윤철_촬영이 상당 부분 진행되다가 제작자와 갈라지곤 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감독들이 촬영 초반에 하차했다. 그런데 촬영 회차나 예산을 맞추지 못해 발생한 게 아니다. 감독과 제작자가 바라보는 영화에 대한 그림이 다르다는 이유로 갈라진 것을 볼 때 최근 현장에서의 어떤 흐름이 과거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김철한_어떤 상황이든지 감독과 제작자는 이견이 생길 수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감독을 해임했다’라는 소리다. 그런 말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계약 파기’가 맞는 말이다. 문제는 계약을 파기한 뒤 취한 후조치가 얼마나 합리적이었는가다.


권칠인_시나리오대로 콘티대로 찍지 않아서 헤어질 수 있다. 제작자가 감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해 갈라질 수도 있다. 그러나 헤어지기로 했다면 서로의 권리와 자존감도 함께 지킬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계약은 쌍방이 하는 것이고, 계약 해지도 쌍방이 하는 거다.

시나리오대로 찍지 않았다?


<씨네21>_임순례 감독의 <남쪽으로 튀어>의 경우, 김윤석이라는 배우가 감독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배우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생긴 사례랄까.

한지승_보통의 경우 감독들은 기획과 시나리오를 준비하다보면 2, 3년에 한편씩 작업하게 된다. 반면 배우는 1년에 한두편, 많게는 서너편씩 작품을 한다. 대체로 배우가 감독보다 현장 경험이 많게 된다. 어떤 상황에서는 배우의 판단이 더 효율적이고 맞을 수 있겠지.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건 롤, 위치의 문제다. 임순례 감독이 자리를 비웠을 때, 감독이 없다고 해서 배우가 직접 카메라를 드는 건 아닌 거다. 이 문제를 이번 사건을 통해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윤철_김윤석 외에 배우가 감독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감독을 대놓고 무시하는 경우는 직간접적으로 듣거나 보지 못했다. 사실 김윤석은 다소 특이한 사례다. 나를 비롯한 감독들의 생각은 그렇다. 배우가 연출에 대한 욕심이 있을 수 있겠지. 그걸 충족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본인이 직접 연출과 연기를 겸하면 된다. 한 작품에서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 하는 배우들이 많잖아. 감독 데뷔한 뒤 감독조합에도 들어오면 되고. 우리 역시 기꺼이 반겨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임순례 감독의 사태처럼 배우가 다른 영역인 감독에게 상처를 주면서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씨네21>_이명세, 임순례, 박신우 사건의 공통점은 현장에서 제작자가 “감독이 시나리오대로 찍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현재 시스템에서 감독과 제작자가 동상이몽을 꾸는 이유가 무엇인가. 프리 프로덕션 때 감독과 제작자가 어떻게 찍을 건지 약속하고 현장에 가는 게 아닌가.

한지승_과연 ‘현재의 제작 시스템에서 감독과 제작자가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됐는가’라고 묻는다면 ‘의문이다’라고 답하고 싶다. 지금은 배우가 캐스팅되면 바로 촬영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우들이 가만히 안 있는다. 그다음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배우가 캐스팅되기 전에 돈이 충분해서 헌팅을 제대로 할 수 있나, 스탭을 꾸릴 수가 있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권칠인_현재 충무로의 관행은 이런 식이다. 주연배우가 확정되면 투자가 이루어진다. 투자 일정이 나오는 것도 이때다. 투자 일정이란 얼마만큼의 금액이 어떤 방식으로 제작사에 지급된다라는 내용이다. 투자금은 주연배우의 개런티가 나올 때 함께 지급받는다. 그전까지는 스탭을 구성할 수도, 헌팅을 비롯한 돈이 들어가는 프리 프로덕션을 진행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예전에는 제작자가 빚을 내서라도 프리 프로덕션 진행비를 충당했는데, 지금의 제작자에게는 그럴 여력이 없다.



정윤철_<슈퍼맨이었던 사나이> 때 급하게 프리 프로덕션에 들어가는 바람에 된통당했잖아. 결국은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다. 감독도, 제작자도, 투자배급사도 짧게는 3, 4개월, 길게는 6개월 정도 프리 프로덕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영화가 망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업에 임해야 한다. 프리 프로덕션 때는 제작자나 투자배급사가 감독에게 간섭을 하더라도 촬영 때는 감독을 믿어야 한다. 지금은 반대다. 프리 프로덕션 때 감독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관심도 없고 터치도 안 하면서 촬영에 들어가면 ‘내가 생각했던 그림과 다르네’ 이런다. 연애를 충분히 하면서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난 뒤 결혼해야지, 조건만 보고 결혼하면 ‘이게 아닌가벼’ 되는 거다.

한지승_스탭을 구성할 때 감독인 내가 이 친구를 선택하면 저쪽(제작사 혹은 투자배급사)에서 선택하는 사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이제는 관례가 된 것 같다. 과연 그게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효율적인가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후략)

권칠인
한국영화감독조합장
<원더풀 라디오> <뜨거운 것이 좋아> <싱글즈> 등 연출

한지승
한국영화감독조합 운영위원
<파파> <싸움> <연애시대> <하루> 등 연출

정윤철
한국영화감독조합 운영위원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좋지 아니한가> <말아톤> 등 연출

김철한
한국영화감독조합 특별대책위원회 위원장
<무법자> 연출

(글) 김성훈 pepsi@cine21.com
(사진) 오계옥 klara@cine21.com

https://n.news.naver.com/entertain/article/140/0000021041

감독 수난시대의 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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